매거진 문뻡

세상에 하나뿐인 콧소리

음운론 2. 사잇소리 현상과 비음화: '나뭇잎'의 재감각화

by 구름 수집가

과연 그 시간이 나의 것이었는지 이제 와서는 전혀 현실감이 없는 2012년 어느 날 오후의 식탁.

호시탐탐 어른의 밥상을 궁금해하던 호기심 많은 세 살 아이가 밥상머리 내 무릎에 매달린다. 그래서 아이를 안고 밥을 먹는데 어른의 밥상을 보더니 배운 단어를 총동원하여 열심히 설명을 한다. "빨간, 김치, 맘마, 물-"

그러던 아이가 한 반찬 앞에서 머뭇거리더니 손으로 콕콕 짚으며 "나, 뭇, 잎"이라 말한다. 이 반찬의 정체는 깻잎지. 당시 나는 외국 여행 중 간절히 생각나던 엄마표 깻잎을 매 끼니마다 밥상에 꺼내어 소중히 아껴 먹고 있었다.


언제 가르쳤는지도 모를,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나뭇잎'이라는 단어의 기발함, 아직 여물지 못한 세 살 어린 입술에서 분명하고, 힘 있게, 그리고 단호하게 터져 나오던 [나문닙]에서의 /t/음의 삽입과 아이의 코에서 울려 나와 내 심장을 광광 울리던 비음화에 난 그만 정신줄을 놓을 뻔했다. 그 순간 나뭇잎은 나에게 재감각화되었다. 세상에 없는 하나뿐인 콧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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