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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5. 2024
문 밖에 있는 사람, 문외한(門外漢)을 아시나요?
문외한(門外漢)
전문가와 문외한
○○○, SNS 문외한이 크리에이터로 변신한 이유
(뉴스엔, 2023. 4. 5.)
한 분야에 매달려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은 사람을 전문가라고 하지요. 반대로 그 분야를 제대로 접한 적이 없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을 ‘문외한’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혹시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한때 인터넷 글들에서 ‘무뇌한’이라는 표기가 퍼지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문외한의 발음이 마치 당시 유행어이기도 했던 ‘뇌가 없는[無腦]’ 상태와 같다는 연상 작용으로 잘못된 맞춤법이 더욱 퍼져 나갔던 것 같아요. 이 ‘무뇌한’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없는 말’입니다. 뜻을 정확히 모르기도 하지만 아예 맞춤법도 잘못 쓰고 있기도 한 단어, ‘문외한’을 알아보겠습니다.
● 문외한(門外漢): ① 어떤 일에 직접 관계가 없는 사람. ② 어떤 일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
[예] ② 문외한 눈에는 똑같은 것 같아도 전문가들 보기엔 천양지차가 있지. ≪윤흥길, 제식 훈련 변천 약사≫
문외한(門外漢)은 ‘문 문(門)’, ‘바깥 외(外)’, ‘한수 한(漢)’을 쓰는 단어입니다. 여기서 ‘문’은 드나드는 시설이라는 기본 의미에서 더 나아가 ‘배움터, 사물이 생겨나는 곳’과 같은 의미를 지니며 ‘한수’란 한(漢)나라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남자, 사나이’를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즉 의미를 풀면 ‘문 밖에 있어 문 안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 배움 밖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어떤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단어에 대한 유래로 신분이 높아 성문 안에 들어가서 수업을 듣는 양반의 자녀들은 ‘입문한(入門漢)’이라고 부르고, 신분이 낮아 성문 밖에 있어 배우지 못한 사람을 문외한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더군요.
또한 ‘한’이라는 말로 끝나다 보니 ‘문외하다’라는 단어에 관형사형 전성어미가 붙은 형태가 아닌지 오해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문외한은 사람을 가리키는 명사이며 ‘문외하다’라는 단어 또한 없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제까지 단어를 공부할 때 어감, 사용 맥락 등을 함께 살피며 문해력을 확장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외한은 어떠한 맥락에서 주로 사용될까요?
(가) 경제 문외한 엔지니어를 경제 수석에 임명한다고?
(나) 70대 문외한의 컴퓨터 입문기
(다) 제가 미술 문외한이라 이 그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특정 분야나 주제에 대해 잘 모르는 비전문가를 지칭하므로 일반적으로 이 단어는 (가)와 같은 상황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모든 주제나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될 수는 없으며 누구나 초보적 상태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나)와 같은 쓰임에서는 그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의 의미로 쓰이며 이것이 부정적 어감을 지닌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인간은 지속적인 학습과 경험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며, 그 과정에서 지식과 지혜가 누적되니까요. 문외한이 잘못이나 부끄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의 상황이 만약 미술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자신보다 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 앞에서 말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겸손함’을 표현하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어떤 분야에 대한 자신의 지식 상태를 겸손하게 표현하거나,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사안에 대해 언급할 때 겸손하게 표현하는 긍정적 어감의 단어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문외한, 다양한 맥락에서 조금씩 다른 어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어네요.
<문해력이 쑥쑥, 한 줄 요약>
문외한(門外漢)은 초보이면서 부정적 의미만은 아닌, 성장 가능한 학습의 시작점입니다.
이 매거진의 글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헷갈리는 단어를 중심으로 그 차이점들을 짚어 보자는 기획 아래 집필하고 있는 글입니다. 대개 중학생 정도의 수준에서부터 일반인도 까먹었을 법한 어휘나 문법 지식도 나올 수 있습니다. 부담 없이 읽다 보면 국어 문법 지식도 함께 이해할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꽉잡아 문해력'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