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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수집가 Mar 03. 2024

무수한 단어의 무한 가능성, 무수하다-무한하다

무수(無數)하다, 무한(無限)하다

'손흥민 없는' 토트넘, 무수한 슈팅 때리고도 번리에 10 신승! 32강 진출

(스포츠조선, 2024. 1. 6.)     

붙잡을 수 없이 계속 흐르는 무한한 시간 속 유한한 인간

(매일경제, 2023. 12. 19.)     

바닷가의 모래와, 밤하늘에 별이 뜬 풍경을 그려달라는 요청에 AI가 그려준 그림.

밤하늘의 별, 바닷가의 모래,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많다, (수를) 세기 힘들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무수(無數)하다: 헤아릴 수 없다.

[예] 밤하늘에는 별이 무수했다.     

● 무한(無限)하다: 수(數), 양(量), 공간, 시간 따위에 제한이나 한계가 없다.

[예] 이번 일의 성과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무수하다, 무한하다, 이 두 단어는 너무 많아 세기 어려운 대상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먼저 ‘무수하다’의 한자어 구성을 보면 ‘없을 무(無)’에 셈을 나타내는 ‘수(數)’가 결합하여 ‘셀 수 없음’을 의미하고요, ‘무한하다’ 역시 ‘없을 무(無)’에 한계, 제한, 한정 등을 나타내는 ‘한(限)’이 결합한 단어입니다.     

 

얼핏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이 두 단어에도 차이점이 있습니다. 둘 다 세기 어려운 대상에 대한 형용사이지만 ‘무수하다’는 양의 유한성이 있는 대상인 반면, ‘무한하다’는 양에 한계가 없거나 알 수가 없는 대상입니다. 즉 ‘무수하다’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기는 많으나 한계는 있어서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단어라면, ‘무한하다’는 헤아릴 수 없도록 많으며 수치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대상에 대한 단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무수한 것과 무한한 것의 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다음 예문을 통해 적절한 쓰임을 파악해 봅시다.     


1. 소수(素數)의 개수는 무한하다.

2.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무수하다.     


1에서 소수란 수학에서 1과 그 수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는 나눌 수 없는 자연수로 2, 3, 5, 7, 11 따위가 있으며 그 개수는 무한대로 많아 끝까지 모두 헤아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는 ‘무한히’ 많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에서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아무리 많아도 통상적으로 우리의 인지 범위 안에서 헤아릴 수 있는 수일 것이며 따라서 ‘무수히’ 많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처음에 제시한 표제에서도 그 쓰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슈팅’은 한 선수가 아무리 많이 한다 한들 한 경기 내에서 할 수 있는 슈팅의 개수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무수한’의 수식을 받습니다. ‘시간’은 인간이 그 유한성을 인식하는 가장 보편적 대상이기에 ‘무한한’의 수식을 받고 있고요. 이제 그 쓰임의 차이가 눈에 들어오시나요?    


그러나 한편으로 이 ‘유한성(무한성)’의 기준은 불분명하기도 합니다. 우리 동네 뒷산의 나무, 바닷속 물고기는 무수히 많은 걸까요, 무한히 많은 걸까요? 많을지언정 세다 보면 언젠가는 셀 수 있을까요? 또 우리 언어를 구성하고 있는 단어는 무수히 많은 걸까요, 무한히 많은 걸까요? 단어는 무수할지언정 단어가 지닌 그 의미는 깊고도 무한하지 않을까요? 쉽게 답하기 어려우며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조금씩 그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언어란 그래서 더 아름답고, 더 알고 싶은 대상인지 모르겠습니다.      



<문해력이 쑥쑥, 한 줄 요약>

무수한 단어의 무한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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