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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수집가 Feb 23. 2024

점 하나 차이로 달라지는 의미

구명(究明) - 규명(糾明)


김치체중 감소에 효과적” 세계김치연구소세계 최초 코호트분석 김치 항비만효과 구명

(전자신문, 2023. 12. 12.)     

다가오는 '세월호참사 10주기… 끝까지 진상 규명해야

(노컷뉴스, 2024. 1. 10.)     


● 구명(究明): 사물의 본질, 원인 따위를 깊이 연구하여 밝힘.

[예] 고대 유물에 대한 문제의 구명에서 무엇보다도 긴요한 것은 객관적인 자료의 뒷받침이다.     

● 규명(糾明): 어떤 사실을 자세히 따져서 바로 밝힘.

[예] 주민들은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였다.   

  

우리말에는 비슷한 듯 그러나 분명 다른 말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언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그러한 것들을 섬세하게 구분해서 정확하면서도 다양하게 사용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납니다. 무언가를 밝혀낸다는 뜻을 지닌 구명과 규명도 그러한 단어들입니다.   

  

먼저 구명은 ‘궁구(속속들이 파고들어 깊게 연구함.)할 구(究)’와 ‘밝을 명(明)’을 사용하여 어떤 대상의 본질을 깊이 연구하여 밝힌다는 뜻을 지닙니다. 그러다 보니 주로 학술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나 탐구 등의 학구적 행위를 가리킬 때 자주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앞서 제시한 신문의 표제에서는 김치가 체중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본질적 특성을 연구라는 학구적 행위를 통해 밝혀냈기에 구명이라는 단어가 알맞습니다. 


참고로 ‘목숨을 구하다’라는 뜻의 동음이의어 ‘구명(救命)’은 ‘구명 조끼’, ‘구명 운동’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서는 구명(究明)보다 더 자주 쓰이고 있으므로 더불어 알아두면 좋겠네요.      


다음으로 규명은 어떤 사실을 따져서 바로 밝힌다는 뜻으로 앞에 주로 원인, 진상, 진실과 같은 단어가 오며, 비교적 단순한 사실을 밝히는 것과 관련됩니다. ‘바로 밝힘’이라는 뜻풀이에 초점이 놓인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동음이의어가 7개나 되는 구명과 달리, 규명은 오직 이 뜻 한 개만 등재되어 있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그런데 이 두 단어를 혼동하여 다음과 같이 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고려대 연구진불안·강박행동 유발 원인 규명

고려대 연구진이 불안·강박장애의 원인을 규명했다. 강박행동이 뇌속 편도체·선조체 회로의 활성과 억제를 통해 조절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이는 향후 강박장애 치료법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성과다. (후략)


이 경우 대학 연구진이 불안·강박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을 연구하여 밝혀낸 것이지 사실관계를 따져서 바로 밝혀낸 것이 아닙니다. 아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구명이라고 쓰는 것이 훨씬 적절해 보입니다. 이처럼 신문기사 표제에도 규명과 구명을 혼동하여 잘못 쓰는 경우가 많으니 앞으로 글을 읽을 때 이 단어들이 등장하면 그 적절성을 따져 보면서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문해력이 쑥쑥한 줄 요약>


구명은 학술적 연구 행위를

규명은 단순한 사실을 밝혀내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구명은 규명보다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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