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뻡

형용사적 하루와 동사적 삶

- 형태론 2. '젊다'와 '늙다'

by 구름 수집가
오늘의 내가 보내는 형용사적 하루가 동사적 삶으로 귀결되기를 바란다.


한국어를 모어로 하는 화자로서 '젊다' '늙다'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볼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우리를 어렵게 하는 것은 젊음이란 무엇이고 늙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의문과 통찰일 것이다.


그래서 이쯤에서 살펴보는 이 두 단어에 대해 사전이 주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형용사는 사람이나 사물의 상태나 성질을 나타내는 단어를, 동사는 사람이나 사물의 움직임이나 과정 등을 나타내는 단어다. 형용사나 동사나 문장 안에서의 역할은 '서술'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언어 쓰임에서 혼동될 일은 없으나, 국어학적으로 형용사와 동사는 매우 다른 성격을 띤다.


그런데 '젊다'는 형용사고 '늙다'는 동사다. 이상하지 않나? 서로 반대말처럼 보이는 두 단어가 각각 형용사와 동사라는 다른 집단의 품사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


의미론에서 이 두 단어는 의미상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차이점을 통해 서로 대립을 이루는 단어의 쌍으로, 명확한 반의 관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품사를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는 이처럼 비슷한 듯 다른 형용사와 동사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 여기서 이 두 단어에 호기심이 생긴 분들은 아래의 설명을 읽어 보시기 바라며, 그렇지 않다면 건너뛰기하시면 된다.

(*이에 대해 '젊다'의 반대말은 '늙다'가 아니라 '늙었다'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의 관계에 있는 A, B 두 단어가 서로 다른 시제를 갖는 상태에서 반의 관계로 묶인다는 것, 즉 이들 단어가 보여 주는 형태론적 비대칭성은 매우 부담스럽긴 하지만 적어도 품사류가 다른 두 단어가 반의 관계라는 모순은 해결된다는 것이다. <출처: 형용사(구) 형성에 대한 완료의 역할 연구, 오충연(2017)>)




언어학에서 나타나는 이론적인 모호함과 불확정성을 차치하고, 한 개인의 삶에서 형용사로서의 '젊다'가 동사의 '늙다'가 되는 과정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현재의 단편적 '부분'들이 일관성을 가지고 지속되면 하나의 '움직임'이 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분절적이고 현재적인 상태와 변화들이 나열되면 주체는 본질적으로 변화된다. 마치 '예쁜'(형용사) 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예뻐지'(동사)는 것 같달까. 사람 사이에서 형용사적 만남, 즉 과정적이고 일시적인 만남이 동사적 만남, 즉 결과적이고 지속적인 만남으로 귀결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오늘의 내가 보내는 형용사적 하루동사적 삶으로 귀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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