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어딘가 비좁은 곳에 들어가서 우두커니 비를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한적한 곳에 멈춰 와이퍼를 잠시 끈 차 안도 좋고,
먼 곳으로 시야를 던질 수 있는 달리는 기차 안이나
내리는 비를 좀 더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인적 드문 까페 안도,
아니 그저 내 작은 우산 아래도 좋다.
내리는 비로 인해 비로소 세상과 나 사이에 존재하던 공간을 실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맑은 날에는 느끼지 못하던, 나를 둘러싸고 있던 공간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차 속 시트만큼, 까페 안 창문만큼, 우산 아래 딱 그만큼,
내가 이 세상에서 갖고 있는 공간이란 참으로 겸손한 크기였다.
비 내리는 날은 내가 몸을 맡긴 그 공간만큼이 딱 내 세상인 것 같아 한없이 작아지고 연약해지며 만만해진다. 그리고 그것이 싫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