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타는 듯이 목이 마르던 나는
당신 옆에만 있었지요
그닥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림자처럼 무심할 수 없던 나는
당신은 어땠나요?
그대에게 골몰하는 여름은
습한 더운 바람도
내 가슴을 점령하진 못했어요
헛된 바람은 한 여름 속 폭설을 부르고
나는 한기에 떨다
침착하기만 한 계절도 뒤엉켜 버려 투덜댔죠
해가 지고 해가 뜨고 바람이 내려앉고
맨손으로 쐐기풀 매듭을 푸는 내겐
어제와 오늘이 따로 없는 하루하루가 흐르고 있었어요
십 년 만의 폭염 그 아우성 속에서
모락거리는 아지랑이를 보고 있노라면
방금 전 아른거리던 당신의 모습이
꿈이었는지
상상이었는지
아니면 기억인지 알 수가 없었죠
언제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던 당신
나는 갈증에 시달렸어요
그대와 나의 생에 길이 있다면
각기 다른 방향의 그 한 가운데에서 마주 하리
저주 같은 혼잣말 속에서
쓸 수 없어도 놓지 못하는 펜이 언제나 외로웠어요
삶은 달콤하지 않았죠
침착했던 시간만이 항상 저만치 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해 여름
마지막 퍼즐 조각을 손에 쥐고도
그림을 완성하지 못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