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다'라는 말의 힘

세상의 분명한 이분법 사이에 있는 말

by 구름 수집가

내 생각이

틀렸다는 말보다,

잘못이라는 말보다,

그건 아니라는 말보다,

이상하다는 말보다,


엉뚱하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마음이 풀렸다.

내 안에 굳건하게 돌돌 묶인 매듭의

힘없이 스르르 풀려 바닥에 툭, 떨어지곤 했다.


내 생각이 틀렸거나, 영 아니거나, 잘못 생각했거나 한 게 아니라

그저 좀 엉뚱한 생각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좋았다.


분명한 이분법을 좀더 좋아하던 젊은 시절,

불가능한 것을 실현하는 것에 대해 자주 상상하곤 하던 시절,

옳고 그름에 대해 다소 고지식하던 내게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은 자주 내 생각이 틀렸다고 말했다.

선배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고 후배도 있었다.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돌아서면 마음이 약해져 걸음부터 풀려 있었다.


그런 내게 어느 날 '엉뚱하다'고 말해주던 사람을 기억한다.


그리고 깨달았다.

좋은 생각과, 안 좋은 생각 사이에는 '엉뚱한 생각'도 있음을.

그리고 그게 분명한 이분법보다 조금은 더 나은 생각일 수도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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