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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Jul 28. 2022

넘어졌다. 아프다.

몸이 건네는 말

저녁을 먹으며 가볍게 술을 한잔 했다. 그리고 아이와 신랑과 함께 산책을 했다. 저녁 무렵이 되자 바람이 살랑살랑 기분이 좋았다. 접시꽃이 보였다.

결혼 전, 부모님과 드라이브를 하며 접시꽃을 본 일이 생각났다.

나 - "우와~ 무궁화, 진짜 예쁘다. 요즘은 색깔도 개량해서 나오나 봐?"

부모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 한참 웃으면서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무궁화와 접시꽃도 구분 못하냐며 놀렸다. 놀림을 받고서야 두 꽃의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끝에 나도 덩달아 웃으며 차 안은 장난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술기운이었을까?(ㅠㅠ)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접시꽃에 다가간다. 접시꽃의 씨앗을 따다 넘어졌다!

오, 마이 갓! 내 몸에 이런 감각이 있었던가? 타인의 시선을 염려할 부끄러움보다 다리와 손바닥의 따갑고 쓰라린 통증이 더 크게 느껴져 벌떡 일어나지 못했다.

털고 일어나 힘차게 걸을지, 통증에 귀 기울여 조금 더 앉아있을지 선택이 내 앞에 남았다.

그와 동시에 세 사람의 '괜찮아, 엄마?'와 '으이구~~괜찮나?'와 '엄마, 많이 아파?'의 걱정스러운 손길과 마음이 내게 닿는다.

[일반 접시꽃인지 알았는데 겹접시꽃인가 보다. 식물 읽는 눈은 꽝..]

그러고 보니 너무 오랜만에 넘어졌다. 쓰라림의 감각이 낯설었다. 예민하게 느껴지는 통증이 한편으로는 살아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해 반갑기도 하다. 상처에 유난 떠는 나를 만날까 싶어 도를 닦는 사람도 아니면서 '다리가 따갑구나'를 바라보기 하며 옷 안의 상처를 살펴보지도 않은 채 산책을 계속했다. 자주 넘어지는 둘째가 다쳐 상처가 나면 나는 엄마 편리주의(?)로 아이가 울기 전에 다급히  "괜찮아? 괜찮아! 우와, 씩씩하다! 울지도 않고 많이 컸네~"했었다. 그러면 울음과 자람의 선택에서 아이는 손을 탈탈 털며 일어나 다시 걸었다. 직접 넘어져보니 그때마다 많이 아팠구나 싶다. 그래서 둘째는 넘어진 내게 괜찮은지 묻지 않고 많이 아픈지를 먼저 물었나 보다. 아픈 것보다 씩씩하게 일어나 걸은 아이의 마음이 더 장하게 느껴진다.


집에 돌아와 빨간약을 바른다. 몸을 움찔움찔하며 소란스럽게 유난을 떨고 싶은 마음이다. 아이들은 밴드가 만병통치약인 듯 아무리 작은 상처에도 밴드를 찾아 붙인다. 나는 한 술 더 떠, 방수밴드를 찾아 붙이며 빨리 아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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