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야 Nov 23. 2022

물질에 생명을 넣기

놀이 힐링

정리를 못하는 사람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휴지를 교체하고 휴지통에 버리기 귀찮아 한곳에 둔 휴지심들을 모아 들고 나온다. 마치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이 내게 있는 것처럼 몇달째 조용히 일정 공간을 차지하던 원기둥에 그림을 그리고 입을 오린다.


아이와 함께 놀이에 빠지면 힐링이 된다. 스피커로 나오는 노랫소리에 맞춰 인형 입을 움직여준다. 생각보다 가사를 따라 인형을 조작하기가 쉽지 않다. 같이 꺄르르 웃는다.

둘째에 의해 나는 김미미씨가 되었다가 엄마가 된다. 그리고 자리에 없던 첫째는 우리가 알고있는 동명이인의 다른 신비로운 사람으로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둘째와 나는 40분을 넘게 이러고 놀았다. 마치 미용실에서 동네 아줌마와 수다를 떠는 것처럼 6살 아이와 39살의 엄마는 친구가 된다.


놀이 안에는 글로 표현하지 못한 풍성한 감정들이 있다. 그리고 잠시 정체 모를 다른 이가 되며 내 정체성을 벗는다. 나는 순간 힐링을 맛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가을타나 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