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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Jan 14. 2023

키우며 받는 효도

아이가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작을까?

엄마는 성인이 된 나를 보며 이미 키울 때 효도를 다 받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올해 아홉 살이 된 아이는 벌써 어른이 된 것 같다. 얼마 전, 아이를 통해 키우며 받는 효도의 의미를 느꼈다.      


아이는 할머니께 받은 용돈 만 원을 핸드폰 뒷면 케이스에 끼워 다녔다. 누구에게 보이지 않지만 혼자 알 수 있는 돈의 위치. 그래서 돈이 필요할 때면 긴급히 쓸 수 있다. 아이가 처음으로 영어학원에 갔던 날, 80분의 수업은 아이에게 힘들었을 것이다. 스스로도 자신의 처지가 서글펐는지 다음 스케줄인 줄넘기 학원을 빼먹을 궁리를 했다. 나는 이미 지난 주에 빼먹었으므로 오늘은 꼭 가야 한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했다. 돌아서 체념하며 학원으로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짠했다. 나는 이 시대 서글픈 아이의 뒷모습에 괜히 마음이 저려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보상의 개념으로 줄넘기 학원이 끝나면 빵집에 들러 원하는 것을 사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아이는 마이너스의 기분을 급격이 플러스로 전환했다. 그리고 줄넘기 학원의 한 시간이 흘렀다.      


집에 돌아온 아이의 두 손에는 빵가게 봉투가 쥐어져 있다. 봉투 안에는 샌드위치와 앙버터가 있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빵이 아니다. 

“엄마, 샌드위치는 아빠 내일 아침이고, 앙버터는 엄마가 좋아하는 것 맞지?”

자기 것이 없는 동생을 향해서는 줄넘기 학원에서 받은 알사탕을 건네며 달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엄마와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첫째의 것은 아무 것도 없었지만 아이의 표정은 유난히 밝았다. 

“쭈야, 그런데 왜 니꺼는 없노?”

“처음에는 네 개를 담았는데 만원이 넘었는 거야. 그래서 아빠꺼랑 엄마꺼를 담았고, 할인받았는데 만삼백몇십원이 나왔어. 그래서 빵집 아저씨가 삼백 얼마는 깎아줬어!”

정말이지, 나는 너무 따뜻해졌고 부자된 마음이었다. 아이의 마음을 꺾지 않은 빵집 아저씨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이미 효도를 받는다는 말의 의미를 체감했다. 저녁이 되어 우리 부부는 아이가 사 온 빵에 담긴 사랑을 감사한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나누어 먹었다. 

한동안 글쓰기를 중단해 온 내가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이 사건을 꼭 남겨 두고 싶어서다. ^^ 정말, 감사한 효도를 받았다. 아이를 키우며 이미 받을 효도를 다 받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이가 성인이 되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하는 효도 받고 싶은 마음은 욕심임을 다시 새긴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부모도 함께 자라고, 아이가 행복해하는 동안 부모가 아이에게 준 것 이상으로 기쁨과 행복의 시간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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