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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Apr 25. 2023

엄마, 선생님?

아이들과 교실에 있다가보면 별 이야기를 다 듣는다. 교사로의 권위(?)보다 자유로움을 선택했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규칙을 강조하는 교사가 되기보다 상황에 맞는 규칙들을 아이들이 익혀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주 들어 세 명의 아이가 각각 다른 시간에 대화하다 나를 무의식적으로 "엄마"라 불렀다. 우리 사이에는 잠시 아주 짧은 정적이 흐르고 함께 와하하 웃음이 번졌다.


객관적 데이터는 아니지만 체감하기로 요일마다 아이들의 집중도에는 차이가 난다. 보통 월요일은 집중도가 좋은 편이고 목, 금으로 갈 수록 일과에 적응한 아이들은 점차 들뜬다. 그런데 어제(월)는 이상하게 금요일 같았다. 바라보면서 곧 사고가 날 것 같은 들떠있음... '편한 것=자유'는 아닌데... 마음에 비상이 걸렸다. '내가 뭘 놓치고 있는거지?'


그러다 내가 너무 선생님같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을 새치기했다고 이르는 아이에게 한자리 차이인데 친구랑 서로 앞자리 서겠다고 싸울 일인지 생각해보게 하지 말고, 새치기는 나쁜 거라고 줄을 바로 잡아줬어야했나?두 아이가 갈등을 가지고 올 때 '먼저 해결해보고 해결책이 안나면 다시 얘기하자'하지 말고 바로 잘잘못을 따져주며 교사의 위상을 높였어야했나?이런저런 생각들이 든다.

 

언제나 다정한 옆반 선생님의 목소리는 정돈되지 않은 내 목소리와 차이난다. 감정을 숨기고 친절하게 말할 수 있는 옆반 선생님의 다정함이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그러면 놀란 상황에서 감탄사나 높은 톤의 소리가 먼저 새어나오는(감정이 묻은) 내 말투를 생각한다.


휴...... 교사다움이 뭘까? 생각하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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