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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May 30. 2023

아이는 생일선물로 이사 상자를 사달라했다.

큰 결심이 필요한 선물

7살, 시또의 생일이다. 생일이라는 특별함은 어린이에게 너무도 커서 해당 날짜가 있는 주 자체가 생일주간이 된다. 내가 보기에 우리집에는 이미 상업화된 장난감은 차고 넘친다. 몇 주 갖고 놀다가 희미해지고, 한참을 지나서야 찾게되는 장난감들...

선물로 뭘 받고 싶은지 물었더니 아이는 주저없이

"상자"라 한다.


5살 때 상자로 집안 곳곳에 집을 지은 적이 있다. 대학원에서 한참 [유아 놀이] 수업을 들을 때라 나는 과제를 해야했고 아이들은 덕분에 상자로 신나게 놀았다. 상자는 택배를 배달하는 짐칸이 되었다가 집이 되기도 했고, 책을 꽂는 책장이 되기도 했다. 또, 자기 몸을 숨기는 숨바꼭질 공간이 되기도  했고 집안 곳곳에 새로운 건축 공간을 만들며 변화무쌍하게 움직였다. 그때는 우리의 이해관계가 맞았다.(신랑만 애꿎은 피해자였구나ㅎㅎ)


상자를 갖고싶다는 말에

'상자라......나는 이 공간을 박스에 내어줄 수 있을까?'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며칠 동안 생각했다. 화내지 않고, 상자의 부피로 인한 공간감에 답답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베란다 공간을 내어주는 것으로 1차로 정리했다.


지금 우리집 베란다는 캠핑공간이 되었다.


아이는 베란다에서 묻는다.

"엄마, 여기서 오늘 자면 안돼?"

"응. 안돼. 입돌아가."ㅎㅎ

잠시 같이 누워본다.


낮은 천장때문인지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 좋겠다싶다.


P.S.

상자는 언제까지 베란다에 머무를 것인가? 다시 상자가 거실로 나온다면 그때 나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아이의 생일에 주는 진짜 선물은 우리의 공간을 잠시동안 아이에게 내어주는 마음이다.


퇴근 후 상자 안에 들어간 아이가 자기를 찾아보라한다. 아이가 담긴 상자가 아이와 함께 들썩이며 웃는다. 아직 아이는 상자에 온 몸을 넣을 수 있을만큼 작다.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한 발견에 괜히 아이를 더 많이 안아보고, 아이와 더 많이 뽀뽀했다.

건강하게 자라렴, 나의 쭈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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