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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Jul 01. 2023

동물카페인지 알았는데 울타리 없는 동물원이었다

동물이 무서운 어른의 초보적 접촉

나는 동물을 무서워한다. 나와 다른 온도를 가진 생명체들이 무척 낯설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너무나 키우고픈 쭈야와 윤이를 위해 삼촌이 동물 카페를 검색해 소개해줬다. 내 생각에는 동물 카페가 이상하면서도 엄마의 마음에 이렇게라도 동물을 접하게 하는 게 좋은 건가 하며 들어섰다.


강아지나 고양이 이야기를 하던 터라 강아지 카페 정도로 생각했다(가본 적은 없다). 문을 열자 사슴 한 마리와 양 두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눈앞이 핑 도는 혼란이었다. 공간도 그리 크지 않았는데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물들과 분리되지 않은 채 동물과 함께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실 그곳은 동물카페가 아니라 실내 미니 동물원이었다. 다른 동물원과 달리 울타리 없이 실내공간에서 동물과 사람이 함께 오가고 만질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었다.


"먹이 체험 하시겠어요?"

직원의 질문에 나는 울타리가 없다는 것이 어떻게 체감될지 모르는 채로

"네, 두 개 주세요." 하며 두 아이 몫의 동물먹이를 주문했다. 


"처음 오셨으면 주의사항 안내드릴게요. 동물들이 먹이통을 알아보기 때문에 통을 숨겨서 하나씩 먹이를 꺼내주시거나 창가에 먹이통을 두고 하나씩 주셔야 해요. 그리고 돼지가 한 마리 돌아다니는데 돼지가 먹이 달라고 다리에 파고들 수 있어요. 돼지코가 생각보다 딱딱하니까 다가오면 흩여주세요. 레버를 당기시고 입장하시면 됩니다."


안에 있던 관람객 아주머니가 친절히 레버를 열어주시는 통에 머릿속에서 순서도를 그릴 새 없이 그대로 입장해 버렸다.

마음의 준비 없이 들어선 공간은 대혼란이었다.


거북이가 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고 두 마리 양과 작은 돼지 한 마리, 당나귀, 사슴과 여러 마리의 토끼가 마치 할 말이 있어 따지듯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내 옆에 서있는 두 아이 손에 들린 먹이통 효과였다.


나만큼 놀란 윤이는 내게 더 꼭 붙었고 놀라긴 했지만 먹이 주기의 집념이 더 강했던 쭈야는 기어코 먹이통을 열어 동물들을 더 한데 모았다. 갑작스러운 그들의 접근에 이리저리 피할 공간을 찾으려 빠르게 눈을 굴리는 동안 내 머리 위로 새 한 마리가 푸드덕거리며 다가와 앉았다.


'아악~~!!! '(속으로 지르는 소리)


너무 놀라서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윤이는 내 옆에 여전히 붙어있었는데 그사이 쭈야와는 한아름만큼 거리가 어졌다. 나는 급히 윤이의 먹이통을 가방에 넣어 숨겼다. 그러자 모든 동물이 쭈야를 향해서만 걸어갔다. 아주 짧은 순간 내 상상력은 이상한 쪽으로 향해서 여기가 야생이었다면 내가 나 살자고 아들을 버린 건가 하는 이상한 죄책감까지 들었다ㅠㅠ.


"으아~~ 어떡해?"


쭈야는 우리 중에 동물을 가장 좋아해서 다행히 나와 윤이만큼 겁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먹이를 빼서 동물에게 하나씩 주던 쭈야도 동시에 찾아오는 동물들에게는 공포를 느꼈는지 먹이통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둥근 먹이통은 벤치밑으로 굴렀는데 토끼와 돼지는 벤치밑에서 먹이통의 당근을 빼먹으려 하고 나머지 동물들은 벤치로 몰렸다가 뒤돌아서 자기 갈 길을 갔다. 쭈야는

"우아, 우아, 갑자기 막 다 왔어! 그래서 (먹이통이) 벤치 밑에 들어가 버렸어"하고 말했다.


 겁에 질리면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의 경계가 아주 작은 몸의 감각까지 예민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딱해 보였는지 어떤 아저씨께서 먹이통을 주워 아이들에게 주며

"동물이 무서워?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하고 격려해 주셨다. 그러나 먹이통을 보고 다시 돌아오는 동물들에 우리는 다시 안절부절못했다.


가게 사장님은 먹이 주기가 어려우면 창가에 먹이통을 보관했다가 동물과 친근해지면 주면 된다고 안심(?)시켰지만 내 마음은 동물과 친근해질 것 같지 않았다. 동물 먹이를 구매하려는 분에게 우리 먹이통을 드리고 싶었지만 용기 없음으로 먹이통은 여전히 우리 소유였다.


입장하자마자 퇴장할지도 모르는 기로에 서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동물을 겁내면서 입장한 어른은 나 하나뿐인 듯했다. 내 관심사는 오직 주의사항에 포함되어 있던 돼지와 나와 윤이의 간격이었다(나머지 동물은 먹이통이 안 보이니 전혀 다가오지 않았다).


사장님 말씀처럼 두 아이는 동물들에 점차 익숙해졌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우리가 동물카페에 머문 시간은 1시간 정도였는데 그 사이에 쭈야는 동물에게 먹이를 주면서 그동안 털을 쓰다듬을 수 있게 되었다.

"엄마, 나는 거북이랑 토끼랑 사슴이랑 강아지랑 고양이랑 소를 쓰다듬어봤어!"

"소? 소가 어딨어?(당나귀였다)"

"어?! 하하하^^"


시간이 가며 쭈야는 목에 뱀을 감아보았고 윤이는 도마뱀이 몸을 타고 목까지 왔는데도 간지럽다고 웃어 보이는 여유를 보였다. 다른 사람에게 줄 뻔했던 먹이도 모두 아이들이 동물에게 줬다. 반면 나는 지나다니는 작은 동물들의 털을 살짝 쓰다듬어 보았을 뿐, 모르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좀처럼 옅어지지 않았다.


"엄마, 먹이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숨기면 얘들이 모르더라. 그래서 내가 주고 싶은 동물한테 먹이줄 수 있어."

쭈야가 노하우를 전수하자 윤이는 바로 실행했다. 이상한 지식만 잡다한 나는 '당근 냄새 맡고 얘들이 다가올 거야'라는 가설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나는 두 아이의 보호자인데 이 공간에서는 뒤바뀐 듯했다.


동물을 겁내는 사람이 거기를 왜 갔냐고 비난한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동물과의 경험이 별로 없던 무지에서 조금은 다른 종과 접촉을 시도해 보는 초보적인 입문이었다. 그게 타인의 시선에서는 이기적으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1시간 동안 밀도 높은 감정과 감각들이 내게 달려들어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엄마, 오늘 너무 행복했어."

동물을 좋아하는 쭈야의 말도 동물을 겁내는 엄마의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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