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운동회다. 코로나가 끝나고 작년부터 아이의 학교에서는 운동회가 열렸다. 우리가 클 때만큼 다채로운 운동회는 아니지만 북적이는 느낌은 제법 오래 기억됐다.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는 것은 달리기, 학년 경기 1종목이고 나머지는 학반 선발 선수로 뽑힌 아이들이 다른 경기를 뛴다.
오늘 하교하는 아이의 알림장에는 계주 선발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혹시... 설마..? 우리 집에서 가장 재빠르다고 예상되는 둘째기에 기대를 조금 했다.
"윤아~ 혹시 달리기 선수 뽑았어?"
"응, 엄마가 어떻게 알아?"
"알림장 봤어. 혹시... 윤이 뽑혔어?"
"나는 꼴찌 했어. 친구들이 너무 빨라."
하하하하하하하
며칠 전, 먼저 달리기 선수를 뽑은 첫째가 집에 와서 말했다.
"엄마, 오늘 달리기 했는데 나 몇 등 했게?"
아이의 표정이 너무 밝길래 특별한 성과를 숨기고 있나 싶다. 나는 기대한 채로 말했다.
"2등???"
"아니~~"
해님처럼 밝은 얼굴로 내 얼굴 앞에 마치 1등 인양 당당함을 실어 손가락 네 개를 쫙 펴 보인다.
"4등?"
"응. 친구들이 너무 빨랐어."
(꼴찌에도 저렇게 웃다니... 정신승리인가?ㅎㅎ)
아이의 해맑은 표정 앞에 나도 같이 웃을 수밖에 없다.
오늘 저녁, 신랑과 저녁 식사를 하며,
"여보, 우리 집에는 달리기 꼴찌가 둘이나 있어. 얘들이 다다다다 안 달리고 랄랄라~하고 달렸는 거 아닌지 몰라. 나는 1등은 못해도 2등은 했었는데 왜 그렇게 못 달리지?"
내 말을 들은 신랑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에 달리기 꼴찌가 세 명 있지."
푸흡..
아이들이 신랑을 닮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