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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May 21. 2024

아이와 피자를 만들었다

행복에 몰입하는 시간

오랜만에 아이들과 피자를 만들기로 했다. 간단하지만 어느 정도 맛은 보장되는 메뉴, 피자!

어제 쿠팡으로 또띠아와 치즈, 바질을 주문했다. 아침마다 잠투정을 하는 딸에게 즐거움을 선물한다.  

"오늘 저녁에 피자 만들기 할까?"

딸은 잠결에 "어?" 하다가 "응~!" 하며 빙긋 웃는다.


오후가 되어 두 아이가 학원에 간 동안 나는 재료를 준비했다. 첫째가 좋아하는 표고버섯을 볶았다. 얼마 전 잘 익은 양파에서 단 맛을 발견한 둘째를 위해 양파도 볶는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자르기 어려운 방울토마토를 반으로 가르고 자를 때 느낌이 좋은 올리브도 썰어둔다. 그리고 학원으로 두 아이 마중을 간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손만 씻고 식탁에 앉아 피자를 조립(?)한다. 또띠아 안에 꿀을 대강 뿌리고 한 장을 더 덮은 다음 각자 원하는 것들을 얹는다. 여러 번 해봐서인지 이제는 설명이 필요 없다(ㅎㅎㅎ).

첫째는 10살답게 어디선가 본 듯한 비주얼을 만들고 "꽃이야"한다. 둘째는 1학년답게 자동차 피자를 만들었는데 위에 치즈가 덮이고 나니 자동차는 형태를 잃었다. 그대로 에어프라이어에 180도, 5분 굽는다.

과정이 즐거웠는지 더 먹을 거라며 새 접시에 더 만들고 구워달랬는데 둘 다 새로 나온 피자는 아빠 줄 거라고 한다. 저녁을 먹고 오는 신랑에게 피자는 내일 아침이 될 것이다. 내일, 애들 아빠는 아이들의 기대만큼 충분한 리액션을 할 수 있을까?푸흡.. 신랑이 없는 표현력을 억지로 끌어올려 아이들에게 돌려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일 때, 그는 참 멋있다. 내일 아침, 신랑의 멋있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_^

설거지는 이만큼... 이만하면 성공이다! 성공이란 말은 다음에 또 시도해볼만 하다는 이야기~^^

[어린 시절, 우리 엄마도 가끔 피자를 만들어주셨다. 식빵 위에 토마토케첩을 뿌리고 햄과 양파를 올린 후 피자치즈를 뿌려 완성된 피자는 꿀맛이었다.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며 '맛있어~!'라는 말을 기대하던 엄마의 마음이 어린 내게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엄마가 만들어준 피자의 맛보다 그때의 장면이 예쁘게 남아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인데 엄마는 그 레시피를 어디서 알았을까? 자식에게 기쁨을 선물하기 위한 마음이 그 음식에 들어있었음을 엄마가 되어 느낀다. 나와 아이들이 함께 보낸 지금의 시간이 따스하고 행복한 장면이 되어 아이들에게 남아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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