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되어 두 아이가 학원에 간 동안 나는 재료를 준비했다. 첫째가 좋아하는 표고버섯을 볶았다. 얼마 전 잘 익은 양파에서 단 맛을 발견한 둘째를 위해 양파도 볶는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자르기 어려운 방울토마토를 반으로 가르고 자를 때 느낌이 좋은 올리브도 썰어둔다. 그리고 학원으로 두 아이 마중을 간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손만 씻고 식탁에 앉아 피자를 조립(?)한다. 또띠아 안에 꿀을 대강 뿌리고 한 장을 더 덮은 다음 각자 원하는 것들을 얹는다. 여러 번 해봐서인지 이제는 설명이 필요 없다(ㅎㅎㅎ).
첫째는 10살답게 어디선가 본 듯한 비주얼을 만들고 "꽃이야"한다. 둘째는 1학년답게 자동차 피자를 만들었는데 위에 치즈가 덮이고 나니 자동차는 형태를 잃었다. 그대로 에어프라이어에 180도, 5분 굽는다.
과정이 즐거웠는지 더 먹을 거라며 새 접시에 더 만들고 구워달랬는데 둘 다 새로 나온 피자는 아빠 줄 거라고 한다. 저녁을 먹고 오는 신랑에게 피자는 내일 아침이 될 것이다. 내일, 애들 아빠는 아이들의 기대만큼 충분한 리액션을 할 수 있을까?푸흡.. 신랑이 없는 표현력을 억지로 끌어올려 아이들에게 돌려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일 때, 그는 참 멋있다. 내일 아침, 신랑의 멋있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_^
설거지는 이만큼... 이만하면 성공이다! 성공이란 말은 다음에 또 시도해볼만 하다는 이야기~^^
[어린 시절, 우리 엄마도 가끔 피자를 만들어주셨다. 식빵 위에 토마토케첩을 뿌리고 햄과 양파를 올린 후 피자치즈를 뿌려 완성된 피자는 꿀맛이었다.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며 '맛있어~!'라는 말을 기대하던 엄마의 마음이 어린 내게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엄마가 만들어준 피자의 맛보다 그때의 장면이 예쁘게 남아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인데 엄마는 그 레시피를 어디서 알았을까? 자식에게 기쁨을 선물하기 위한 마음이 그 음식에 들어있었음을 엄마가 되어 느낀다. 나와 아이들이 함께 보낸 지금의 시간이따스하고 행복한 장면이 되어 아이들에게 남아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