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를 본 아이

아이의 시선

by 나비야

인기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종영했다.

아이들이 보면 안 되는 시청등급이지만 엄마로서의 책임보다 시청자로의 보고픈 욕구를 참지 못하고 낮 시간이지만 TV를 틀었다.

방에서 놀이하다 놀잇감을 더 챙기기 위해 거실을 지나가던 여섯 살 둘째의 시선이 TV 속 회초리 씬에 머문다.

내 시선은 둘째의 뒷모습에 머문다.

회초리가 종아리에 닿을 때마다 둘째의 어깨가 움칫한다.

나는 급히 TV를 끈다.

둘째가 묻는다.


"엄마, 근데 왜 쟤는 칼로 다리를 잘라?"


둘째의 시선에서 회초리에 닿은 살결마다 핏자국이 생기니 그렇게 보였나 보다.

첫째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아니, 칼이 아니고 회초리로 때리는 거잖아." 하며

조금 더 알고 있는 지식을 알린다.

둘째의 시선이 엉뚱하게 느껴져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에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린 시절 시청했던 드라마 [장희빈]의 회초리 씬이 둘째의 시청장면과 겹쳐진다.

어떤 씬들은 지나가는 장면이 아니라 느낌과 함께 박제되어 남겨진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사람을 때리는 행위에 있는 권력 행사와 폭력에 저항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지위체계, 맞는 자가 연기하는 고통과 때리는 자의 분노와 희열이 담긴 장면은 어린 내게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둘째에게 회초리 씬은 지나가는 장면이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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