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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Feb 16. 2022

우리의 1학년 입학 준비

나와 아이의 뒤얽힌 1학년

아이가 다섯 살이 될 무렵, 유아교육을 전공한 나는 들뜬 기분이었다. 뭔가 함께 할 거리가 많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엄청난 사교육 열풍에서도 우리는 그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많이 웃기, 장난치기, 기발하게 놀이하기,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짓기....' 등으로 우리의 삶을 잘 꾸려왔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유치원에 가는 날보다 가지 못하는 날들이 더 많아졌지만 그 시간이 지겹지 않았고 소중한 기억으로 촘촘히 쌓아왔음을 느낀다. 


일곱 살이던 아이는 어느새 유치원 졸업을 한 주 앞두고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드라이브는 서로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지만 집 안에서 하루를 모두 보내버리기는 아쉬워 두 시간의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엄마가 어렸을 때, 1학년 때 말이야. 입학식에 갔는데 너무 무섭고 두려운 거야. "하면서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되는 초등학교의 첫 느낌을 아이에게 들려줬다.

 엄마와 다정히 손을 꼭 잡고 집에서 걸어온 분위기와 학교에 도착한 후의 분위기는 너무 달랐기 때문에 대조적인 느낌은 오랫동안 내 안에 남았다. 특히 운동장에서 갑자기 엄마와 떨어져 줄이 세워진 채 초록색 책상과 의자로 가득 채워진 교실로 들어가 각자의 정해진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던 초등학교 1학년의 첫 기억은 첫 단추부터 예쁘게 채워지지 못한 느낌을 준 채 수줍음 가득했던 말 없던 나의 어린 시절을 말해주는 듯했다. 사실 교실에 들어가 키 순서대로 줄을 서고 숫자가 부여되어 이름 앞에 번호가 붙여학교에서 새로운 호칭인 번호로 불리기 시작되던 1학년의 기억들은 낯설고 차갑고 두려웠다.  내 속으로 낳은 아이가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진 채로 입학할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아이가 가질지도 모를 예전의 내 느낌을 전해주었다. 

아이는 꽤나 긴 이야기임에도 집중하여 들었고 "결국 별 일이 아니었는데, 너무 겁냈던 것 같아."라는 마지막 내 말에 안심하듯 미소 지었다.


그리고 1학년이 되었다고 주변에서 축하한다고 하는 말의 의미도 해석해 전해주었다.


너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너의 시작을 축하하는 거라고, 새로워서 낯설고 두려울지도 모르지만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이야기를 

"1학년이 된 걸 축하해."라는 말에 담아둔 것임을 아이에게 전해주었다.


나를 닮아 수줍음이 많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우리 아이들이지만, 내가 느낀 낯설었던 차가운 기억보다 친구들과 선생님이 건네는 따스함 들을 먼저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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