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반려동물은 없다

반려종을 허락받지 못한 아이들의 선택

by 나비야

어린 시절, 애완동물 키우기는 나의 로망이었다. 그러나 동물은 집에서 키울 수 없다는 부모님의 확고한 원칙에 따라 햄스터 한 마리와 작은 거북이 몇 마리, 소라게 몇 마리, 물고기 다수... 정도만 함께 살아봤을 뿐(생각보다 제법 있었구나. 적으며 놀라는 중)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최고 단계의 로망은 실현되지 못했다.

부모님은 늘 "크면 너네 집 가서 키워" 하고 말씀하셨지만 성인이 되어 따로 가정을 꾸리게 된 지금도 반려종 맞이하기에 미온적이시다.

신기하게도 세상에 점점 더 머물며 나이 먹을수록 반려종에 대한 로망은 사라졌고 지금은 예전 부모님의 대사를 내가 우리 집 아이들에게 하고 있다.


성인이 되면서 '생명'과 '죽음'이라는 단어는 점점 무겁게 느껴졌다. 이사를 하고 물이 맞지 않았는지 기르던 물고기가 모두 생명을 잃어갔고, 점점 굽어지며 힘을 잃어가던 물고기의 몸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실감한 나는 내 의지로 집안에서 반려종을 키우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방과후 교실에서 듄게코도마뱀을 받아왔다. 미리 검색을 하니 키우기 쉬운 종이라 초보자도 충분히 케어가 가능하다고 했다. 게다가 우리집은 따뜻한 편이니 도마뱀을 키우기에도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충류샵에서 전기매트와 듄게코의 먹이, 모래, 은신처 같은 필수품들을 마련했다.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녀석의 몸은 내 손가락 하나만 했는데 이쑤시개 굵기의 다리 네개마다 실처럼 얇은 발가락들이 있다는 것이, 또 그것들이 움직인다는 자체가 너무 신기했다. 나는 인간 이외의 생명들에 대해서는 정말 무지함을 느꼈다. 아이들 마음에는 당연했고 내 마음에도 듄게코는 보살펴야 하는 새 반려종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듄게코는 어떤 노력에도 먹이를 일절 먹지 않았고 점차 기운을 잃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돌이라 이름 지어진 듄게코는 열흘 정도 우리집에 머물다가 먹이라도 먹여달라고 데려갔던 파충류샵에서 하루 지나 세상을 떠났다.

우리집에 머문 시간보다 도돌이가 떠나간 시간이 더 오래되었지만 나와 아이들은 여전히 도돌이 사육장이 있던 자리를 보며 도돌이를 추억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집에 반려종은 없다.


다이소에 갔다. 인형코너에서 아이 둘은 한참 머문다. 이미 집에는 인형이 많다. 두 아이는 강아지 인형을 들었다가 놨다 반복한다.

"우리 얘들 데려가서 키울까?"

쭈야와 시또는 현실과 상상의 어느 교차점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하고픈 마음을 정리해간다.


할아버지와 다시 다이소에 함께간 날, 두 아이는 강아지 인형 두 마리를 업어왔다.

"얘들아, 여기가 우리집이야."

#. 아이들은 얼굴 크기, 눈이 있는 부분의 모습 등으로 자기 강아지를 찾아낸다.

똑같은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아이들은 차이를 찾아내 자신의 인형을 분명히 구분한다. 다음번 다이소 방문에서 아이들은 반려동물코너로 가서 강아지 옷을 샀다.


강아지인형은 잠시 반려견이자 반려인형이자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아이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짖기도 한다.

우리집에 반려동물은 없다. 반려인형이 있을 뿐.


(쾌히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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