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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Jul 11. 2022

제대로 된 듣기 연습

귀 기울여야만 맞힐 수 있는.

아이와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간다.

길의 풍경을 바라보던 둘째는

간판의 색깔을 말한다.

간판에서 아는 글자를 말한다.

신호등의 색깔과 약속, 횡단보도, 도로 위의 cctv까지

사회에서 익힌 기호들을 묻는다.

두 아이는 더하기와 빼기로 숫자 퀴즈를 한다.

글자와 숫자, 사회의 기호... 모두에서 경험치가 적은 둘째는 백전백패다.


둘째는 새로운 퀴즈를 창안해낸다.

"이거는 무슨 노래게요? 음음음~~~~~~~(도미솔솔미파미레도레레솔)"

의미 해석으로 대화 이어가기에 익숙한 나는 아이의 방식이 새롭다.

첫째는 귀 기울여 퀴즈에 참여하고 깨알같이 "달달 무슨 달?" 하며 노래를 찾아낸다.


둘째의 퀴즈는 완전한 자기 언어로 변한다.

"음음음~음음음(굳이 표현하자면, 도레미 도도도 정도였는것 같다). 이거는 '엄마는 사랑해'고,

 음음음음음음음(또 굳이...도레미파파파파). 이거는 '아빠가 좋아'야.

음음음~음음음~~ 이거는 무슨말이었게요?"

내 귀에는 분명 예시의 음과 다르다.

그러나 귀 기울여 들은 첫째는

"엄마를 사랑해?"하고 답한다(찍지 않았을까??).

"정~~답~!! 오빠야, 잘하네~!"

명랑함에 차가 들썩인다.


집에 와 두 아이가 잠든 밤, 퀴즈 장면이 떠오른다.

한글 언어를 모르는 아이가 한글(영어) 기호가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나는 친절한 안내자였을까?


아이의 질문을 귀찮게, 하찮게, 별 것 아닌 듯, 때로 당연한 것을 몰라 귀엽다는 듯, 답답하다는 듯, 가볍게 여겼던 순간순간이 아프게 다가온다. 때때로 진지했을 아이의 질문에 나는 아이와 같은 태도로 답한 적이 없다.


아이가 세상(사회)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나도 아이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아이에게 귀기울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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