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새로운 시작 (열매)
꽃집에 들러 꽃을 샀다.
요즘은 특별한일 아니 특별한 일이 아니래도 꽃을 잘 안 사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식탁의 한 다발의 들꽃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강력한 마법을 가지고 있다.
싸움을 멈추게도 하고 좀 더 부드러운 저녁식사를 보장해준다.
하지만 그러한 여유가 부족한 우리들에겐 봄이 지나가는 시간 동안 거리 혹은 아파트 단지내 화단에 떨어지는 꽃잎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늘 그랬던 것 처럼 꽃은 지고 또 그지리에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열매가 자리 잡는다.
주변을 둘러만 봐도 이렇게 아름 다운 꽃을 발견 하기는 쉽지만 오늘 저녁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꽃 한송이 사서 집으로 가는 건 어떨까?
낙 화 (이 형 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속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