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역적임에 대하여
어린왕자 중에서
아! 어린 왕자, 너의 쓸쓸하고 단순한 생활을 이렇게 해서 나는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되었지. 너에게는 오랫동안 심심풀이라고는 해질 녘의 풍경을 바라보는 감미로움밖에 없었지. 나흘째 되는 날 아침, 나는 그 새로운 사실을 알았지. 네가 내게 이렇게 말했거든.
"나는 해질 무렵을 좋아해. 해지는 걸 보러가......""
"기다려야지......".
"뭘 기다리지?"
"해가 지길 기다려야지."
너는 처음에는 몹시 놀라는 기색이었으나 이내 자기 말이 우스운 듯 웃음을 터뜨렸지.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지.
"아직도 집에 있는 것만 같거든!!"
실제로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모두들 알고 있듯이 미국에서 정오일 때 프랑스에서는 해가 진다. 프랑스로 단숨에 달려갈 수만 있다면 해가 지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너의 조그만 별에서는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려 놓기만 하면 되었지. 그래서 언제나 원할 때면 너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었지......
"어느 날 나는 해가 지는 걸 마흔 세 번이나 보았어!"
그리고는 잠시 후 너는 다시 말했지.
"몹시 슬플 때에는 해지는 모습이 보고 싶어......"
"그럼 마흔 세 번이나 해 지는 걸 구경하던 날, 너는 그렇게도 슬펐었니?"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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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슬프도록 아름 다운 석양을 보고 슬픔의 맘을 가지고, 특별한 날이라 정한 매년 1월1일 이라고 정해 놓고 일출을 기념 한다. 우리가 잊고 지내는 일상의 날들도 놀라운 속도로 지표면에 붙어서 자전하고 있다.
그래서 쏜살 같은 시간이라고 하나? 실제 자전 속도를 보면 시간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과거, 현재, 미래 이렇게 삼분법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존재하지 못하고 미래로 떠밀려가고 있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러한 일상이 아름답고 소중한 이유는 떠밀려 가는 이 순간이 다시 되돌릴 수 없음이고 기억이라는 아름다움으로 과거를 되살려 그리워 할수 있음이다.
어른이 되어 가며 아름다운 구름의 움직이나 별이 나를 따라오는 신비함이 지워질쯤 우리는 생각한다. 이러한 불가역속에서의 진정한 기적은 이러한 광활한 우주 공간 속에서 끊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한 귀퉁이에 같은 공간을 가지며 같이 시간을 보낼수 있는 동료들이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