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아이들이 가르쳐 준 마음의 언어_02화
"선생님! OO가 저한테요!"
"선생님! OO가 잘못해 놓고 사과도 안 해요!"
"선생님! OO랑 OO랑 지금 싸워요!"
하루에도 십 수 번 아이들은 선생님을 외친다. 물론 좋은 일, 즐거운 일로 선생님을 부를 때도 있지만 친구랑 다투거나 갈등이 있을 때 바로 선생님을 찾는다. 아마도 가정에서 자녀를 키워본 부모님들은 느끼겠지만, 내 아이 한 명도 때로는 힘들 때가 있다. 하물며 교실 안은 어떻겠는가...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집에서는 한 명 한 명 얼마나 보석처럼 귀한 아이들일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이 아이들이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는 구성원으로서 적응해야 하고,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생활해야 하기에 때로는 그 과정을 견뎌내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며, 집에서처럼 자신의 취향이나 의지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교실이라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을 공동체의 삶을 배워나가게 된다. 때론 서운하기도 짜증이 나기도 한다. 아이들의 마음은 순수하기에 더 그럴 수 있다.
교실 안에서는 아이들의 생활지도가 어쩌면 공부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다. 안전한 학교 생활.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교실살이는 삐그덕 삐그덕 어긋나게 된다.
나도 초임교사 시절에는 그것이 쉽지 않아 울기도 많이 울었고, 서러운 순간들도 많았다. 그 시간들을 거치고, 매해 아이들을 만나며 나만의 방식과 노하우를 내 몸으로 체득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모든 초등 교사들이 아마도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식들이 있을 것이다. 부모들이 각자 자녀를 키우는 방식이 있는 것처럼....
아이들이 싸우지만 않는다면 참 좋으련만, 교실 속에서 아이들의 갈등은 필수적이다. 오랜 경험 끝에 나는 서로의 갈등으로 인해 구겨진 마음, 상처 입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질문을 구안해 냈다.
선생님에게 억울한 거 얘기해 볼래?
어른처럼 아이들도 자신들만의 생각과 마음이 있다. 그런 마음들이 서로 부딪치고 갈등이 심화된 후, 그 잔향은 좀처럼 가라앉거나 평온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을 때나, 겉으로 갈등이 사라진 것처럼 보일 때도 나는 저 질문을 던졌다.
억울한 무언가에 귀 기울여주면 그 아이의 입장과 생각을 올곧이 알 수 있게 된다. 교사가 듣기에 때론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할 때도 있지만, 그 아이 입장에서만은 옳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부분을 밖으로 꺼내어 이야기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숨을 쉬어야, 선생님이 들려주는 또 다른 빛깔의 숨을 들이마실 수 있게 된다. 다른 입장도 이해해 볼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싸울 때 각자의 입장이 있고, 그것을 엄마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표출해 낼 때 아이들은 한숨을 돌리고 평정을 찾게 된다. '억울하다'는 마음이 해갈되었을 때 얻어지는 묘한 위안 같은 것이 있다.
어쨌든 그 매직 같은 질문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나는 한발 짝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때론 어른들도 '억울함'으로 점철된 마음이
숨 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