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아이들이 가르쳐 준 마음의 언어_04화
나의 첫째 아이는 어릴 적 매우 수줍은 아이였다. 마음이 여리고 착한 아이이다. 착한 게 좋은 건지는 가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초등학교 시절 성격검사 같은 걸 했을 때, 도덕성 영역은 100점이 나와서 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타인에 대한 배려도 엄청난 아이이다. (때론 지나치게..) 일례로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는데 계단을 한참 올라가서 자기가 내려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아래에서 친구가 미끄럼틀을 너무너무 타고 싶어 하자, 미끄럼틀을 안 타고 다시 계단을 내려와 그 친구가 먼저 타도록 양보해 준다. 그러고 나서 자기는 다시 계단을 올라가서 미끄럼틀을 탔다. '아... 저렇게까진 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걸 아래에서 바라보고 있던 나는 우리 아이의 너무 여리고 착한 마음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늘 그런 모습들이다. 집에서도 여동생에게 정성껏 스파게티를 해주고, 동생이 맛없다고 불평하면 '맛없게 해서 미안해, 먹어야 돼. 밥 굶으면 안 돼. 제발 먹어....' 이런 식이었다.
너무 착하고 조용히 말도 별로 없어서 어느 날은 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는 잘 사귀면서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반 친구들과 대화는 나누고 사는지도... 문득 혹시 1년 내내 이야기 한 번도 안 하고 지나가는 친구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OO야,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잘 지내?"
"잘 지내요."
"얘기도 잘해?"
"하긴 해요."
"너가 먼저 말도 잘 걸어?"
"......"
"OO야, 너 혹시 1년 내내 이야기 한 번도 못하고 지나가는 친구도 있니?"
"쫌 있어요."
'아, 그렇구나. 우리 집 아이와 같이 수줍어하고 마음이 여린 친구는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기가 힘들 수 있겠구나. 1년 내내 말 한 번 못 건네고 지내는 친구들도 있겠구나. 친하고 싶어도 용기가 없고 수줍어서 이야기 건네기 힘들 수 있겠구나. 그렇다면 교사는 교실에서 그런 아이들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그런 장을 만들어주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나의 교사로서의 삶에 있어서 교실살이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또 한 번 큰 전환의 계기를 준, 작지만 큰 대화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이 반 친구들과 모두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틈이 날 때마다 주기로 작정했다. 자신의 생각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표현하는 것은 늘 해오던 터였다. 수업시간에 수시로 자신의 의견을 짝에게 이야기하거나, 앞에 나와서 발표하거나, 자신 스스로에게 말해보는 것은 일상 수업의 루틴으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 둥그렇게 원 두 개를 만들어 자리를 이동하며 교실 안의 모든 친구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수시로 주었다. 그리고 수업 중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올 수 있는 활동을 자주 했다
참 좋았다. 수줍은 아이들, 친구에게 말 걸기 힘들어하던 아이들은 특히 효과가 있었다. 그 기쁨을 내게 직접 표현해 준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가 꽃'이다.
아주 작은 꽃도, 큰 꽃도, 색이 화려한 꽃도, 은은하여 드러나지 않는 꽃도, 모양이 평범한 꽃도, 특이한 꽃도 다들 마음껏 재잘거리고 싶은 예쁜 꽃이다. 수줍은 꽃도, 용기 있는 꽃도 모두가 누군가로부터 관심받고 싶고 함께 어울리고 싶은 꽃일 테다.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https://youtu.be/edoBAOr_cQ0?si=KQx9grs7ekIYzY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