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주는 힘

3부. 가르침보다 먼저, 사랑_09화

by ryulang

결코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내게 주어진 선물같은 성취의 순간들은.


생각해 보면 오히려 너무나 힘든 시간들 속에서, 정말 1분 1초가 아쉬운 극도로 바쁜 삶 속에서 오히려 감사한 결과들이 내게로 와주었다.


왜일까, 왜일까.


처음에는 '그래 인생은 새옹지마이니 힘든 일을 겪은 후 좋은 일이 온 것이겠거니..'라고 생각하곤 했다. 물론 그것도 맞을 것이다. 그런데 뒤돌아 곰곰이 생각해 볼수록 내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할 때 나는 더 집중하여 일을 했다. 내가 너무나 정신없이 할 일이 많아 시간을 분 단위, 초 단위로 계산하며 과제나 업무를 해내야 했을 때, 더 촘촘하고도 세밀하게 수행해내곤 했던 것 같다.


내게 닥쳐온 '시간의 결핍'이 나로 하여금 더 깨어있게 만들어 준 것이었다. 내게 부족한 시간을 내가 더 얻어내기 위해 내 스스로가 더욱 예민하게 노력하고 해결하려 애쓴 것이었다. 시간이 많이 주어진다고 결코 훨씬 더 짜임새 있게 무언가를 해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느슨해진 경우도 많았다.


결핍이 주는 힘을 알고 나서부터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늘 결핍의 순간들을 애써 만들어주려고 노력하였다. 과분하게 주어지는 것이 결코 아이들을 행복하게 성장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교실 속에서도 느꼈기 때문이었다.


문제에 대한 해결의 과정 속에서 교사인 내가 해답을 제공하기 전에 친구들과 대화하며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준비물을 안 가져왔을 때 바로 제공해 주기보다는 해결방법이나 대안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어떨 땐 장난기가 약간 발동하여, 과학시간에 실험을 할 때 일부러 실험도구 중 한 가지를 빼고 나누어준 후 아이들이 발견해내게 하는 것 등....


그것은 우리 집의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땐 모든 것을 다해주려는 엄마였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녀에게 어느 정도 '결핍'의 상황을 만드는 것이 결국은 그들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더 많이 내어주고 싶고 해결해주고 싶은 것이기에... 그러나 사랑한다면 너무 풍족하게 내어주려는 마음을 아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부족함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들을 제공해 주는 것이 어쩌면 더 고귀하게 정제된 사랑의 마음일 것이다.


어쩌면 가르침이란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목표까지 이끌어주기 위해 적절한 수준만큼의 도움을 주는 것.
가르치는 사람은
그 도움의 수준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랑으로 제공하는 이가 아닐까..






때로는 꽃도 적당한 관심이 필요하지... 너무 많은 물이 널 상하게 할 때도 있지...© ryu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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