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지만 나직한 단호함으로

3부. 가르침보다 먼저, 사랑_10화

by ryulang

"선생님은 안 무서운데 무서워요."


내가 교직 15년 정도 되었을 때쯤 우리 반 반장이 내게 한 말이다.


안 무섭다는 의미는 화를 안 내고 다정하게 말한다는 의미이고, 무섭다는 의미는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단호하게 말하면 왠지 선생님 말씀을 꼭 들어야 할 것 같다는 뜻이란다. 그리고 과제나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을 꼼꼼하게 검사를 하기 때문에 그게 무섭다는 의미란다.


그 순간 나도 깨달은 것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잘못한 일이 있을 때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잘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교실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만의 방법을 찾기 전에는 아이들이 무언가 잘못했을 때 목소리도 높아지고 화도 내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교실살이의 시간이 흐르면서, 또 집에서 자녀들을 키우면서 느끼고 깨달았다. 화내고 큰 소리로 혼내는 일은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 그러고 나면 후회와 상처만 남는다는 사실을...


물론 쉽지 않았다. 정말 화가 나는 순간에는 마음속에서 불쑥 올라오는 무엇인가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말이다. 그래서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나직하게 알려주어야 할 것을 담담하고도 단호하게 알려주는 연습. 혼내고 싶은 상황마다 큰 소리로 훈계하기보다는 "~ 니?"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음을 다독였던 것도 그 이유였다.


'그래... 그렇구나... 그래서 언젠가부터 교실에서 훨씬 행복했던 거구나...' 큰 소리 없이, 자신이 잘못한 일들에 대해서는 질문을 통해 돌아보게 하고, 화내고 싶고 혼내야 할 때 오히려 더 마음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낮추었던 것.


그것이 되려 우리 반 교실에 평화를 주었고, 그만큼 아이들도 평온한 순간들을 보냈던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련의 시간들이 있었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휘둘리기도 하고, 잘 해내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며 한없이 낙담하기도 하고, 교직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사람의 힘은 때론 버티는데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하루하루 견뎌내고 방법을 찾다 보니 어느 순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나만의 노하우가 몸에 쌓여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담임교사의 시간들, 교실살이를 마무리하던 즈음에는 이제 어떤 아이를 만나도 그 아이만이 가진, 어쩌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보석 같은 부분을 발견해 줄 수 있다는 나 스스로의 안도감 같은 것을 느꼈다.


우리 삶 속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늘 다정하기란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가. 때로는 언성을 높이고 싶고, 억울할 땐 큰 소리로 화내고 싶은 순간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런 순간에 오히려 나직한 단호함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다정함의 옷을 입고서도 때론 담담히 단호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들을 찾아가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어쩌면 방그레 미소짓고 있는 저 작은 꽃들처럼, 우리의 마음도 늘 조용히 웃을 수 있기를... 그렇게 단단해지기를...© ryu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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