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지 않기 위해 쓰는 글

이 글을 읽어주는 당신, 고맙습니다.

by 난편

2025년 10월 25일 오후 3시


토요일 아침. 눈을 떴다. 눈꺼풀이 마치 무거운 철제 셔터 같았다. 특히 치열했던 한 주를 보내고 드디어 침대를 맞이했던 어제의 나는 늦잠을 잘 것이라 굳게 결심했었다. 오늘의 내가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8시였다. 망했다. 노력하면 다시 잠들 수 있을까? 괜히 손가락을 움직여봤다. 조금 늦게 반응하는 듯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극한의 피로감이 아직 풀리지 않아, 온몸에 전류처럼 남아있는 느낌을 받았다. 누워서 10분쯤 고민하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되어 버린 김에, 오늘은 꼭 글을 써야겠다.


한 달 전부터 내 정식 취미로 편입된 글쓰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의지는 어릴 때부터 늘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했듯 나도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는 걸 좋아했다. 교내에서 연간 의례 삼아하는 글쓰기 대회에서 곧잘 상도 타곤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혼자 내 방으로 들어가 창문을 열었다. 빗방울들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와 낮 동안 달아올랐던 아스팔트가 차게 식어가는 냄새를 창문 너머 느끼며,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 내려가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있어 큰 행복이었다. 취업과 일상에 밀려 잊혀져버린 그 행복을 문뜩 떠올린 나는, 그 꿈을 조금 이어 나가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내 결심은 2주 만에 힘이 꽤 약해졌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그런 이유를 만든 일상에 대해서도, 최근 나누고 싶었던 글들이 잔뜩 있지만, 써 놓은 초안들은 만족스러울 정도로 완결되지 못한 채 바탕화면에 여기저기에 한글파일들로 저장되어 널브러져 있다. 이틀에 한번 꼴로 자며 일하느라,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는 나의 핑계를 헤르미온느쯤은 되어야 비웃을 수 있을 것이다. 업무전화를 받는 일로만 하루 종일 그 쓸모를 다하고 있는 나의 최신 스마트폰에는 팔로우한 작가님들이 글을 업로드했다는 알림이 연거푸 울리고 있었다. 너무 부럽다. 나도 글을 쓰고 싶다.


스스로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만들어야 나의 정신과 자아의 형태가 유지된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나는 침대 위에서 적당히 게으른 시간들을 보는 평소의 모습에서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다. 꾸준히 글을 써 내려가고, 공유하여,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 꾸준함을 이어갈 때 느껴지는 만족감, 그 만족감으로 완성되는 온전한 휴식을 위해 피로감을 견뎌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 사실 그렇게 누워서 잔다고 회복될만한 범주는 애초에 넘어섰다. 바쁜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다시 근무시간이 정상궤도에 올라오고, 그 생활이 한 달 남짓 유지될 때, 자연스레 천천히 체력은 다시 회복될 것 같다.


꽤 괜찮은 카페를 친구에게 소개받았다. 회사 근처에 위치한 카페.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콘센트 자리가 가득한 카페. 덕분인가 주말에도 사람들이 그득그득하다.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 사업얘기를 하는 사람들, 나처럼 노트북을 가져와서 각자 할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 정신없이 바쁜 한 주를 보내고도, 부족한 잠을 아직 충전하지 못한 나는 다 죽어가는 시체 마냥 퀭한 눈으로 커피를 주문하고 가장 구석자리의 푹신한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어젖혔다. 포근한 자리에 앉아서 글을 써 내려가고 있노라면, 머리가 지끈거려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이 피로감 속에서도 자그마하게 반짝이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당장 내일 출근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과 결정해야 될 것들. 그 무겁고 찐득한 것들을 잊어낼 수 있게 해주는 나의 또 다른 삶, 글쓰기. 더럽게 힘들었던 일상 속에서 회사가 부여한 직함과 책임을 내려놓고, 누가 들어주고 있는지 알 순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이 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요즘의 나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지금은 15시. 한 시간 뒤면 이 카페를 추천해 준 지인이 도착해, 함께 잠깐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전까지 부지런히 이 시간을 즐겨야 한다.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줄까. 부디 지금보다는 더 나 다울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길.

치열한 일상 속에서, 꾸준하게 글을 써 내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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