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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가족의 대화20-1

이름 사건에 관한 뒷이야기

by 난생

(우선, 유쾌한 가족의 대화20을 알아야

다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기 전에 첫째에게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물어봤다.


첫째야, 엄마 궁금한 거 있는데 너 정말 엄마가 너희들 이름 기억하는 걸로 동생한테 설명이 될거라고 생각했어?


아 그거? 엄마 그래서 아까 방에서 혼자 웃었구나? 그때 잠깐 엄마 웃음소리 들리더라


응 엄마 근데 웃기면서도 아까 진심 걱정했잖아 너 6학년인데… 이유가 너무 말도 안됐잖아


엄마는 근데 진짜 엄마는 우리 이름만 기억해도 괜찮아!


무슨말이야 그게? 엄마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낮은거 아니야? 엄마가 미안한데?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는데;; 미안하네…


엄마는 그냥 우리 이름만 기억해! ㅇㅇ아~ 하면 밥도 먹여주고, ㅇㅇ아~ 부르면 로션도 발라주고 다 해줄게! 엄마 치매 걸려도 우리 이름만 기억해. 그럼 내가 다 해줄게


설마 그럼 아까 그런 마음으로 한 말이었어?


아니?


그럼 아까는 진짜 왜 그런거야?


아 엄마 진짜 나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오히려 더 고단수 방법 쓴거야~


동생이 가끔 귀찮은 말 하거나 어이없는 소리 하면 일부러 말싸움 길게하기 싫어서 엉뚱한 말 한거야


그럼 동생이 그 엉뚱한 말에 대답할 생각 하느라고 갑자기 거기빠져버리거든 그렇게 탈출하는거야~ 근데 엄마도 어른인데 통하네?


엄마 진심 네 얘기듣고 갑자기 벙쪄서 방에서 하던 것도 멈췄잖아…그러고도 못 헤어나고 계속 니 얘기만 생각했잖아… 이게 뭔 말인가 하고… 그러다 고민하고 급기야 엄마 오늘 브런치에 글까지 썼어…


엄마 혼자 어디까지 간거야. 와 진짜 제대로 빠졌다 엄마는.


근데 엄마, 엄마 혹시 삼국지 이야기 알아?


어 근데 제목만 알아


아 괜찮아. 거기 유비라는 사람이 있거든 유비는 알아?


응 근데 유비도 이름만 알아. 근데 어머…나 진짜 이름만 아네…?


거봐. 내가 엄마 잘 안다니까 내말 맞지!


그런데 엄마가 너희들 보기에 기억력이 많이 안 좋아보여? 학교 준비물이나 숙제 이런거 잘 못 챙겨줬지?;; 그럴 때 그런가?


아니. 엄마 출근할 때 있잖아. 나간다고 하고 다시 들어와서 우산 챙기러 다시 들어오고 어떤 날은 핸드폰 빠뜨렸다고 다시 들어오고 그러잖아


엄마는 한마디로 ‘절망적인 덜렁이’지. 이젠 내가 엄마보다 이젠 한참 나은거 같다니깐?



(음, 그런거 같네. 참고로 이 글에서 여백은 전부 ‘ㅋ’다. 웃을 때마다 ㅋ를 썼더니 글반 ㅋ반이라 공백으로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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