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산모의 일기] 큰 애가 보고싶은 날

by 난생

입원 둘째날부터 약을 떼고
컨디션이 좀 돌아오자마자
큰애 생각이 났다.

올해 막 6세가 된 첫째 아이는
내 입원과 동시에
시골에 계신 할머니댁에 맡겨져
시골에서 차로 한 시간거리의 유치원에 등원중이다.

엄마의 부재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나는 병원에
아이는 할머니댁에
아빠는 집에.

큰애가 얼마나 피곤할까.
갑자기 엄마도 못보고 떨어져서 힘들텐데.
시골집에 갑자기 혼자 맡겨져서 낯설기도 할텐데.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는 그 말이
이렇게나 서럽고 무서운말일 줄이야.

내가 여기 누워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손편지'가 떠올랐다.

편지에 그림도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아서 매일 편지를 써주면
아이도 내가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느끼지 않을까?

편지를 쓰고 반듯하게 사진을 찍어서
시어머님 카톡에 보냈더니
잠시 후 카톡음성메시지가 왔다.

내가 편지에 말한 내용에 대한 답도 다 들어있고
아이가 내게 하고싶은 말들도 들어있었다.
아이 혼잣말이 아닌, 제법 편지에 대한 답장같았다.

"엄마 그동안 엄마가 나 사랑해주고 지켜줘서 고마워. 이제는 내가 엄마 지켜주고 사랑해줄게. 내가 책임지고~엄마 지켜줄게 엄마 너무 좋아 엄마 사랑해. 할머니 할아버지랑도 여기서 즐겁게 지낼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고보니
영상통화도 있고 음성메시지도 있는데
무슨 손편지야 손편지는.
나도 이제 옛날사람인가보네.

손편지를 시작으로 물꼬가 트인 우리는
영상통화를 하면서
손가락그림 그려서 서로 퀴즈도 내주고
얼굴도 보고 목소리도 듣고 하면서
서로 보고싶은 마음을 달랬다.

아홉시가 넘어서 주변 산모들에게
민폐가 될까봐 전화를 끊으려고 하면
입이 삐죽 나와서는
퀴즈 딱 하나만 더 하고 자자고 하는 모습에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

아이 아빠에게도 애가 좋아하는 것 같으니
영상통화 좀 해보라며 이야기 했었는데
어제는 병원 면회를 온 남편이
아이와 통화했던 이야기를 조금 들려줬다.

"여보, 어제 집에가서 ㅇㅇ이랑 영상통화는 못하고
전화만 했는데 글쎄 ㅇㅇ이가 뭐래는줄 알아?

나보고 지금 어디냐고 해서 집이라고 했더니
아빠가 왜 집에 있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회사 출근해야해서
쉬려고 집에 왔다고 하니까
아빠 집에 있으면 어떡하냐고
병원에서 엄마 지켜줘야지~그러는거야
그러더니 회사 다녀와서
꼭 엄마한테 가라고 그러더라
우리 애도 참..."

이제 갓 6세가 된 어린 아이가
그런 말과 생각을 하기까지
혼자 떨어져 얼마나 고민과 걱정이 깊었을까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났다.

그동안 영상통화 할때마다
나한테 퀴즈 내주고,
개다리 춤 춰준게
그냥 장난친게 아니라
제 딴에는 엄마를 위한 거였겠구나...

너무너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