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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생 Nov 06. 2021

10년 경단녀에서 IT스타트업에 입사하다#1

첫 발을 떼기까지

10여년의 경력단절이 있는 내가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그것 부터가 큰 벽이었다.


그래도 처음엔 희망이 있었다. 

컴활1급 자격증을 따면 금방 연락이 올거라고 생각해서 독학으로 10개월을 준비해서 자격증을 따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자격증을 따자마자 불안이 엄습해왔다. 


"정말 이것만으로 될까?"


그 불안함은 곧 토익 점수에 도전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컴활1급 자격증 시험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한달 남짓 걸리는데, 점수가 나오는 걸 기다리는 사이에 토익LC를 미친듯이 공부해서 컴활 1급 시험 결과를 확인하고 일주일 후 쯤 토익 시험을 쳐서 860점이라는 점수를 만들어냈다. 


이만하면 10년 경단녀의 열정이 어느정도인지 아마 감이 잡히리라고 생각한다.


10년간 가정주부로 살아오면서 모든걸 다 손 놓고 있었으면서도, 허투루 돈 쓰는건 또 싫어서 독학으로 10개월을 투자해서 컴활을 따고, 한달만에 토익 점수를 만들어냈다. 사실 독학으로 10개월은 돈낭비보다 시간낭비가 더 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정도면 꽤 대단한 열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람인, 잡코리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뒤져봤지만 자격증을 넘어설 수 있는 뭔가가 내겐 없었다. 대부분이 경력직을 채용했고 그게 아니면 내가 가고싶거나, 갈만하거나, 나를 받아줄만한 곳에 대한 교집합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낮춰서 알바몬에 이력서를 등록했다. 이력서 공개를 클릭하기 전에 한참을 고민했다. 공개해두면 분명, 보험회사나 교육회사(영업,학습지,재택교사)에서 쓸데없이 연락이 올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귀찮은거 눈 딱 감고 이력서를 오픈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락처를 안심번호로 설정할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내 번호가 공개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연락이 오더라도 내가 먼저 허락을 해야만 기업 측에서 내 휴대폰 번호를 열람할 수 있었다.


3주간 보험회사 설계사 권유전화, 이상한 건설 컨설팅회사 전화, 교육업체(방문교사, 영업 등) 전화만 왔을 뿐 내가 원하던 직무와 관련해서는 소식이 없어서 결국 나는 너무 좌절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하면 될 줄 알았어... 그래도 노력하면 한 군데라도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이게 세상인가봐.

내가 10년 동안 세상을 너무 몰랐어. 너무 희망에만 차있었어... 이게 현실인걸...

컴활1급도, 토익 점수도 다 소용 없는걸 뭐하러 그거 딴다고 힘들게 잠도 안자고 살았나 모르겠어.

여보 난 안되나봐... 일하고 싶어도 이젠 안되나봐...

당신 혼자 힘들게 벌어야 해서 어떡하지...나도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정 알아보고 안되면 집 가까운데 서빙 알바나 그런거라도 눈을 좀 낮춰서 알아봐야겠어"


엉엉 울고나서 3일후, 한 IT스타트업 회사에서 오픈해둔 이력서를 보고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지금 사람이 급해서 그러는데... 해외 배송 일이거든요. 

해외 배송과 CS업무를 할 사람이 필요해요. 가능 하겠어요? 

가능 할 것 같으면 오늘 면접 보러 오실래요?"


너무 급하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사회 경험이 10년이나 단절됐던 나였지만 짚고 넘어갈건 최소한 짚고 넘어갈 정도의 강단은 있어야 한다.


"시급이 정확히 얼마인가요?"

"근무 시간은 몇 시부터 몇 시인가요?"

"중식 제공은 되나요?"

"근무 기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인가요?"

"4대보험은 적용이 되나요?"


이 간단한 몇 가지를 물어보는데도 나는 강단이 필요했다.


-시급은 1만원 정도였다. 

-근무 시간은 스타트업 기업인 점 때문에 정해진 분량만 할 수 있다면 자율이라고 했다.

-중식 제공이 된다.

-근무 기간은 6개월이라고 한다.

-4대 보험은 원하면 적용해준다고 했다.


대답을 듣고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외국인 모델이 나와서 IT기기를 시연하고 모든 언어가 다 영어로 진행이 됐다. 딱 봐도 국내 영업보다는 해외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인데다가 배송 업무도 해외로만 나가는 것으로 보였다. 수출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무조건 한다고 했다.


면접 장에 가서 이사와 대표 면접을 봤다.

그리고 바로 실무진들을 만났다. 실무진은 모두 프로그래머로 구성되어 있었다.

면접을 보고 바로 해외배송 시스템과 CS 대응을 예시로 보여줬는데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외배송 업무는 구글 스프레드 시트로 자료 관리가 이루어졌는데 컴활1급을 딴지 1달도 채 안되었기 때문에

텍스트 함수나 계산함수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보였다. 

CS는 영어 이메일로 이루어져서 회화실력이 필요 없었기 때문에 토익시험에 나온 표현들로 커버 가능할 것 같았다.못해서 짤리는 한이 있더라도 도전해볼만 하다고 생각해서 바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림이 그려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출근했다.

아이들은 가까이 사는 친정 엄마가 봐주기로 하셨다.


그렇게 나의 첫 출근이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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