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돌격대장, 뒤로는 독불장군>
그가 무언가 결심한 듯 입술을 다부지게 다물면, 오피스의 공기가 서서히 얼어붙는다.
그는 결코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미세하게 콧구멍을 통해 경고음이 새어 나오고 미간을 찌푸린다.
검지 손가락으로 안경테를 살짝 쓸어 올리는 순간, 불도저의 엔진에 시동이 걸린다. 부릉,
"내일 오전에는 이렇게 보고하자."
그의 사전에 후진은 없다.
하지만 기억하라. 이 거구의 기계 뒤에 바짝 붙어있는 자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방패다.
그와 합만 잘 맞으면 프로젝트는 고속도로를 탄다. 외부의 공격과 리스크를 그 옹골진 몸으로 다 막아주니, 팀원들에게는 평화 그 자체다.
1. 불도저의 궤도: 천국과 지옥 사이
불도저의 리더십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풍경이 극단적으로 갈린다.
그의 ‘뒤’에 서라. 세상 든든한 해결사다. 불가능해 보이던 예산도, 타 부서의 비협조도 그의 직진 본능 앞에서는 추풍낙엽이다. 그 궤도 안에서 호흡을 맞추는 법만 안다면, 당신은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티켓을 거머쥔 셈이다.
그의 ‘앞’에 서지 마라. 배척하는 관계라면 그곳은 지옥의 입구다. 핸들이 고장 난 8톤 트럭이다.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려 드는 존재는 가차 없이 뭉개버린다. 불도저의 시야에는 오직 목표점만 있을 뿐,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사정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혹시나 그 ‘위’에 올라타려 하지 마라.
간혹 불도저를 조종하거나 이용하려는 용기 있는 자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불도저는 길들여지는 짐승이 아니다. 제어권을 빼앗으려 드는 순간, 당신은 가장 먼저 궤도 밖으로 튕겨 나갈 것이다.
2. 왜 불도저는 멈추지 못하는가
오피스 안에서의 불도저는 더 구체적이다.
회의 시간. 그는 질문하지 않는다. 통보할 뿐이다.
"이게 왜 안돼?"라는 질문은 '의지 부족' 한마디에 묵살된다.
반박이라도 하려 들면, 그의 콧구멍이 미세하게 벌렁거린다. 더 이상의 대화는 불가하다는 신호다.
금요일 오후 5시. 안경을 쓸어 올리며 그릉그릉 미안하다는 눈인사와 함께 질문을 던진다.
"월요일 오전 보고니까 이것만 쫌 신경 써줘."
자신의 성과를 위해 팀원의 저녁을 연료로 태운다.
하지만 이 결과로 월요일 아침, 경영진 앞에서 팀원들을 대신해 포탄을 다 맞아줄 때, 팀원들은 다시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된다.
3. 조직이 지불하는 혹독한 비용
우리는 왜 이들의 독단을 추진력이라며 방관하는가.
조직의 시스템이 공범이다. 과정은 묻지 않고 숫자만 본다.
이 토양이 '독불장군'을 양성한다.
단기 성과는 달콤하다. 하지만 대가는 혹독하다.
그의 궤도에 적응하지 못한 유능한 인재들이 조용히 짐을 싼다.
경영진은 질문해야 한다. 지금 얻은 수익이 조직의 미래인 '사람'을 갈아 만든 가짜 수익은 아닌지 말이다.
결국 살아남는 건 불도저다
냉혹하지만 사실이다. 비즈니스의 정글에서 끝내 살아남는 건 포장 기계가 아니라 불도저다.
조직은 결국 성과라는 전리품을 들고 오는 자의 손을 들어준다.
하지만 기억하라. 엔진이 꺼지는 순간, 뒤를 돌아봤을 때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면 그 성과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진정한 해결사로 살아남을 것인가, 외로운 빌런으로 기록될 것인가.
진화한 불도저는 이제 안경을 고쳐 쓰며, 자신의 궤도에 사람을 안전하게 태우는 법을 배운다.
결국, 사람을 남기는 불도저만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