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있으면 하겠지, 안 하면 또 어떻고?
요즘 엄마는 나와 대화를 할 때 주로 쓰는 키워드가 있다. 예상했을 수도 있는데 '시집, 결혼, 남자'다. 부쩍 유독 많이 자주 저 단어들이 들어가야 말의 문장이 완성되는 듯하다. 아니면 그렇게 끝내기로 마음을 먹으셨는지 정말 앞뒤 흐름 상관없이 갑자기 나오는 저 단어들, 문장에 놀라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렇다.(이런 키워드 사용까지는 괜찮다. 선 자리는 정말 스트레스ㅠㅜ)
(파란색 글이 엄마의 말, 그리고 각 다른 상황)
"눈 삐끗한 놈 어디 없나"
"엄마는 진짜 동안이야"
"너 시집갈 때까지 건강하게 관리해야지"
(뷰 좋은 카페, 여행 가서, 외식 가서)"이런 곳을 엄마가 아니라 남자 친구랑 와야 하는데.."
"휴.. 엄마 눈이 너무 슬프잖아.."
"(길) 지나가다가 너 좋다고 하는 사람 없니?"
"아니 길가다가? 그냥도 힘든데 있겠냐고"
"우리 딸, 짝을 봐야 눈 감을 수 있을 것 같아"
"갑자기? 그렇게까지 말한다고?"
"어디 있길래 안 나타나는 거야, 나타나기만 해 봐 아주 그냥!"
"그릇 사놨어, 너 시집갈 때 가지고 가라고. 할부로" "아니 결혼 언제 할지도 모르는데??;;"
연상연하 소재의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엄마, 00(남동생)가 결혼할 사람이 10살 많다면 어떨 것 같아?"
"너~~나 데리고 와!"
(아니 나 다른 질문 하지 않았나?)
나의 소심한 반격은 아래와 같은 루틴으로 반복된다.
"엄마, 결혼 행복한 거 맞아?”, "엄마, 이런데 결혼하라고?" (보통, 엄마 아빠가 옥신각신할 때)
(결혼해서 힘들 게 살고 있는 TV 속 주인공들을 보며)"엄마, 결혼이 다 행복한 게 아니야"
"결혼 그래 할게. 혼자!"
"엄마, 존속살인이 많다는데?"
"엄마는 다시 돌아간다면 결혼할 거야? (대답을 못하고 먼 곳을 바라보셨다지)
나는 결혼주의자도 비혼주의자도 아니다. 어느 쪽인지 사실 나도 모르겠다. 내가 결혼이 하고 싶은 건지, 안 하고 싶은 건지.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할 때도 있으니까.
비혼주의를 하려고 마음먹은 적도 있었고, 결혼이라는 압박과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비혼주의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혼주의예요." 라고 말하면 뒤이어 따라오는 오지라퍼들의 질문들(남자 친구 있냐, 연애 안 하냐, 왜 안 만나냐, 소개해줄까.. 등등)이 좀 줄어들거라 생각했다.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그런 질문들을 피하고 싶었다.
지금 내 몸 하나 챙기며 살기도 버겁고 힘든데 '안 보면 미쳐 날뛰는 그런 사랑이 아니고서야 결혼을 꼭 해야 하나?' 하는 물음이 생긴다. 비혼주의가 괜찮아보인다.
그러나 굳게 '결혼을 안 하겠다', '하기 싫다' 이건 또 아니다. 다만 남들 하니까 하는 결혼 말고, 시기가 맞아서 하는 결혼 말고, 서로 의지가 되고 평생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실한 믿음이 보이는 사람을 만나 오손도손 다정하게 살 수 있다면 하고도 싶다.(다 그런 마음으로 결혼하는 거겠지?)
'영혼의 단짝 같은 그런 사람과 결혼을 하면 마음의 안정을 좀 찾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결혼한 친구가 답해줬다. 그런 순간은 '찰나'라고.(아하!)
진짜 중심 없이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이 움직인다. 하지만 지금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생각하는 게 의미가 있냐고. 얼마 전 ‘서울체크인’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 개그맨 박나래에게 홍현희가 묻는다.
"그래서 (결혼할) 남자가 있냐고?"
100세 인생이라 지금 결혼해도 길게는 60년을 함께 살아야 하는데(어휴 너무 길다) 결혼을 추진할까 말까 하는 그 마음의 농도, 그 깊이까지 가서 해도 늦지 않을 고민 같다. 마음이 동하면 자연스레 할 수도 있는 거고, 굳이 사회적 통념에 끌려다니지 않고 싱글라이프를 즐길 수도 있을 터.
결론은….
결혼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한다! 그것이 인생이로다.(그러니 결혼 얘기 묻지 마라! 오지라퍼들아)
*(아래)내가 그린 그림 자랑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