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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dayoo May 09. 2022

나는 돼지띠일까, 돼지일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

평일 오후, 한적한 동네에 있는 카페에 갔다. 그런데 스멀스멀 삼겹살 냄새가 풍겨온다. 그 카페에는 열려있는 창문이 없고, 주위에 삼겹살 집도 없다. 그 위층이나 앞집이 삼겹살집이라면 이해와 설명이 가능하지만 앞-뒤-옆-윗집에도 고깃집은 없었다.  그저 삼겹살 냄새는 생각도 않나게 조용하고 모던한 그런 카페.



카페에서 삼겹살 냄새가 나는 건 정말 나는 걸까, 내가 먹고 싶은 걸까. 헷갈린다. 나는 분명 카페에 오기 전에 제육볶음 1.5인분을 먹고 왔는데 말이다. 속으로 '이건 환각이다. 이명 같은 거다'라고 말하며 혼자 웃는다. 코에 생기는 이명.


요즘은 식탐이 소화력을 못 따라오긴 하지만 그럼에도 먹고 싶은게 항상 있고, 돌아서면 뭐가 먹고 싶고 그렇다.(40살 한참 그럴 나이인가.) 


가끔 내가 돼지띠여서 잘 먹는 건 아닐지 생각한다(합리화). 두 번 뺐는데도 뿌리가 깊고 강력한 놈인지 여전히 흐릿하게 남아 있는 입술 위 점 덕분에 먹을 복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소화력도 좋고, 먹는 것에 비해 살이 안 찐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앗! 나한테 있는 장점을 찾았다. 돼지띠는 먹을 복이 있어 굶을 일이 없을 거라 하던데. 정말인가 보다.


통통(똥똥 혹은 뚱뚱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하던 고등학교 시절, 엄마는 나를 꽃돼지라 부를 때가 있었다. 똥똥하긴 하지만 예쁘다며. 놀리는 건가 칭찬인가. 꽃이면 꽃이지, '돼지'를 왜 같이 붙여?... 그래도 '꽃'이 붙으니 싫지 않았다. 엄마가 나를 귀엽게 부르는 애칭 같아서.  


그리고 사실 고기를 매우 좋아한다. 우울할 땐 고기를 외치고 특별한 날엔 고기 먹는 게 자연스럽다. 소고기보단 돼지고기 파다. 아무래도 저녁엔 삼겹살을 먹으라는 운명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 날 저녁 식탁엔 목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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