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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udayoo Apr 13. 2022

살고 싶은 나이로 살기로 했어

살고 싶은 나이 설정 프로젝트

올해 몇 살로 살거야?


35살 때 그러니까 벌써 5년전쯤,  대학원 선배인 cj언니와 cj언니 지인의 대화를 전해 들었다. cj언니는 지인에게 “너가 올해 몇 살이지?” 라고 물었고 그 지인은 “나는 올해 32살로 살기로 했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그 지인의 나이는 한 참 더 위로 올라가야했다. 재미있고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다. 나도 살고 싶은 나이로 살기로 한 게.


'살고 싶은 나이 설정' 베타 테스트

36살이 되었을 때, 나도 그 지인처럼 해보고 싶었고 나보다 5살 정도 어린 88년생, 31살을 택했다. 그때는 그 숫자가 알맞은 나이로 보였다. 30대를 1년 보내서 30대가 조금은 익숙해지려고 하는 나이지만 아직 30대 초반이라 어린 느낌은 있어 적당한 나이라 생각했다. 설정된 그 '나이'는 막 시작한 러닝 동호회에서 처음 적용했다.


동호회 프로필에 당당히 88년생으로 해놓았지만 마음처럼 88년생으로 살긴 어려웠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반말하며 동생처럼 대하는 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맞다. 어쩌면 앞뒤가 안맞는다고 할 수 있겠다. '내로남불'이란 단어를 여기에 쓰는건가. 한국 사회는 그리고 나는 아직도 나이에 집착하고 연연해 한다. 내가 불리하면 나이를 먼저 찾기도 하니까(그때부터 이미 나는 꼰대였나보다). 어쩌면 나는 나이에 많은 의미를 두기 때문에 오히려 '살고 싶은 나이 설정' 프로젝트를 시작한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83년생인 걸 동호회 사람들이 알았을 때 도대체 왜 88년생으로 설정을 해놓은 건지 진심 궁금해했다. "나는 올해 88년생으로 살기로 했거든."이라고 답을 했지만 쉬이 믿지 않는 눈치였다. 간혹 의심의, 이상한 눈빛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주변 친구들은 나의 이야기에 왜 그러냐고 더 없어 보인다고 했다.(눈물 꿍) 그래도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동호회 사람들덕에 이따금씩 비공식적으로 88년생의 나이로 잠시 활동할 수 있었다.


그 해는 정규 프로그램으로 도입하기 전 파일럿 프로그램을 돌렸다고 생각한다. 정규 편성해서 시행해도 되는지 일종의 베타 테스트였나고나 할까. 아직도 프로그램이 제대로 스며들지 않아 낯설고 시행착오(?)도 있지만 나는 살고 싶은 나이로 설정하는 게 재미있다. (살짝 혹한다면 파일럿으로 먼저 해보는 것 추천한다.)


어떠한 근거나 규칙없이 내가 땡기는 숫자로

나는 올해도 살고 싶은 나이로 살 거다. 다만 그 나이가 점점 내려간다. 올해는 90년생으로 잡았다. 설정하는 기준은 없다. 어떠한 근거나 규칙없이 내가 땡기는 숫자로 설정한다. 90년생은 '앞이 9로 시작하다니, 숫자가 예쁘잖아?' 이유 끝. 이제 8로 시작하는 나이도 많아 보인다(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 90년생은 올해 33살이니 삼땡. 딱 좋은 나이구나.


한편으로는 내 나이를 사랑해야지 왜 남의 나이를 사랑하며, 내 나이를 즐기지 못하는가 싶을 수도 있을 거다. '뭐 그렇게까지 해야돼?' 라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살고 싶은 나이로 설정해 놓으면 조금은 안심(?)도 되고 정말 내가 설정한 그 나이 같아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진짜 ' 나이' 현실에서, 사회에서 계속 존재해서 이렇게 설정해 놓아도 나는 40이란 나이에 거부감을 표하기도 하고, 내가 유리할 때는 40이란 숫자를 계속 꺼내기도 할테니까. 40 기념 여행도 갈거고, 나이를 핑계로 해보고 싶었던 것도, 사고 싶었던 것도  거다. 그러니까  프로젝트는 가상으로라도 만들어 즐기는 나만의 소소한 이벤트라고   있겠다. 문제 있나!! 부캐도 유행인데 나이라고 설정하고 싶은대로 못하랴.


너도 올해 살고 싶은 나이로 살아!


처음 내가 88년생 타령을 할 때에는 "구질구질하게 그러지 마, 더 나이 들어 보여!"라고 하던 친구 iy는 최근 우리의 40살이 믿기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다 내가 '살고 싶은 나이 설정 프로젝트' 이야기를 꺼냈더니 조금 솔깃해하는 눈치다. “너도 올해 살고 싶은 나이로 살아, 너도 90년생 할래?”라고 했더니 대답을 바로 못 하고 잠깐 생각에 잠긴다. 그러더니 “그럼 나도 90년생이면 33살인건가?”라며 친구는 얼굴에 미소를 띤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나도 괜히 뿌듯하다.


**파도에 춤추듯 서핑을 즐기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무릎따위 신경 안쓰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40대로 살고 있는' 할머니가 되어있을거야!

내가 그린 그림 자랑 : 미래의 나의 모습과 비슷하길 기대하며, (사진을 보고) 멋진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려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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