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버스 그리고 손바닥 스탬프 2

by 나는꽃

차의 어떤 반응에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해 손잡이 두 개를 꽉 움켜잡고 있었건만, 별안간 몸이 앞으로 쏠려가다 다시 뒤로 그리고 앞으로 와서 쓰러져버렸다. 아 하필이면 나는 왜 내 바로 앞에 앉아있던 아저씨의 대머리를 가격했단 말인가. 힘이 잔뜩 들어간 팔이 손잡이에서 떨어지며 가격한 거였으니 아저씨의 머리(머리숱도 없는 민머리)가 꽤나 아팠을게다.


너무나도 민망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뜻하지 않은 가격을 당한 아저씨의 얼굴은 흡사 독 오른 고추처럼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간혹가다 내 쪽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오기도 했고 욕을 하는지 입을 실룩거리기도 했다.

어서 사과를 해야 했지만 말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간신히 용기를 내어 사과를 하려는데 아뿔싸 스~미~마센이란 말이 터져 나와 버렸다.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아저씨는 답답한 듯 본인의 이마를 쳤다. 가만히 내 얼굴을 한번 훑어보곤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한숨만 쉬어댔다.


조금 전만 해도 햇빛에 예쁘게 빛나던 아저씨의 정수리였건만 내가 손바닥으로 내리치는 바람에 그곳엔 조금 흉측한 나의 손바닥 스탬프가 찍혀버리고 말았다.

뜻하지 않게 아저씨의 자존심을 가격해버렸으니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속으로는 미안함 보다 웃음이 자꾸 터져 나왔다. 웃으면 안되는 상황이라 죽을힘을 다해 참았다.


조금만 더 가면 드디어 사창동이었다. 미끄러지듯 치이익 소리를 내며 가뿐하게 차는 정차했다. 문이 열리고 땅을 밟는 순간 마치 얼음동굴에 와 있는 것처럼 너무 시원하고 숨통이 트였다.


걸어가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엔 뭉게구름 몇 조각들이 무리를 이루며 유람하고 있었고 흰색 꼬리를 남기며 멀어져 가는 비행기도 보였다. 꾹꾹 참고 있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웃음을 뿌리며 다시 한번 하늘을 쳐다보았을 때는 새로운 물상 하나가 하늘에 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반짝반짝 아저씨 정수리에 박힌 나의 빨간 손자국 스탬프!




작가의 이전글만원 버스 그리고 손바닥 스탬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