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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Nov 29. 2019

조건부 사랑

비장애 형제 '디노'의 이야기

부담감, 죄책감, 서운함이 가족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감정들이에요.


부모님을 생각했을 때 느껴지는 주된 감정은 아무래도 부담감이 아닐까 싶어요. 오빠 외에 자녀라고는 나 하나뿐이어서, 나에게 느끼는 부모님의 기대가 극심한 부담감으로 다가와요. 그에 더불어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데서 오는 죄책감까지 밀려와요. 그리고 늘 부담감만 지우는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이 느껴져요. 


내가 뭔가 하나라도 이뤄낸 것이 있다면 좋을 텐데. 공부도 못하고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없어서, 뭐라도 하나 잘하는 게 없으니 제 성에도 차지 않는데 부모님의 눈에는 오죽하겠어요? 저만 보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면서 들들 볶아요. 

너라도 하나 있는데 잘 되어야 하지 않겠니?

라고 하면서요.


서운한 감정은 아무래도 비교에서 오는 서러움이랑 같이 온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도 지금도 언제나 엄마의 0순위는 오빠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어찌 보면 오빠를 그렇게까지 아껴주고 돌보아 줄 사람은 엄마뿐이고, 가족이니까 당연한 건데 어릴 땐 그게 못내 서럽더라고요. 


오빠에게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데 저에게는 뭘 하든 조건이 붙는 게 참 서운했어요. 오빠는 말 그대로 숨만 쉬어도 칭찬해주고 좋아하는데 저는 뭘 해도 당연한 거였거든요. '너는 멀쩡하니까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그 정도도 못하면 안 돼.' 아파도, 기뻐도, 슬퍼도 저는 늘 혼자 제 몫을 해야 했어요. 장염으로 실려 갈 때에도, 약에 알레르기가 올라와서 쓰러졌을 때도 먼저 들은 소리는 걱정보다 타박이었어요. “너까지 그래야겠니?”라는 말이요. 제가 서운하다고 하면 엄마는 늘 이렇게 말했어요.


“장애인인 오빠한테 질투를 해야겠니? 네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까지 그런 소리 할래? 너도 똑같아지고 싶어?”


저는 그냥 부모님의 자식이고 싶은 거지 비교를 원하는 게 아닌데 말이에요.


지금 부모님께 기대하는 건 특별히 없어요. 그냥 지금까지처럼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으면 좋겠어요. 어릴 땐 그래도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포기했어요. 이제 와서 엄마는 저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시는데 저는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아요. 그 사랑에는 조건이 붙는다는 걸 아니까요.





Written by 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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