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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Dec 06. 2019

부딪히는 마음들

비장애 형제 'K'의 이야기

동생의 장애 때문에 겪어야 하는 상황들이 생길 때마다, 그런 상황을  내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안 순간 나에게는 분노라는 감정이 생겨났다. 나는 늘 참아야 했고 배려하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동생이 나를 때리고 괴롭혀도 착한 누나의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모든 상황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받아들였다. 모두가 그게 맞는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다. 그 받아들임은 가슴속의 화가 되었다.

화가 커질수록 좌절감이 들기 시작했다. 동생과의 마찰이 생기면 나는 동생을 이해시키기 위해 동생에게 똑같은 말이나 행동을 최소 50번 이상 해야만 했다. 하지만 동생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상황만 길어질 뿐이었다. 좌절감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작은 희망마저 떠나보내는 감정이었다. 의아했던 건 좌절감이 커질수록 눈물은 줄어들었다. 그리고 줄어든 눈물만큼 무기력함이 커졌다.

수많은 좌절감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나는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생이 없다면 부모님도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고, 나도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의 짐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나 밉고, 동생에게 미안했다. 죄책감이 같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이대로 지내면 내가 죽을 것 같았다.


얼마 전 동생에게 처음으로 죽으라고 했다. 이렇게 살 거면 차라리 일찍 죽어버리라고. 늘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착하게, 참고 살았는데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버리다니. 그런 말을 한 나 자신이 새삼스럽고, 놀랍고, 한심했다. 동생에게 표현한 분노는 고스란히 죄책감으로 돌아온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나 자신을 자책하는 일뿐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분노와 좌절, 죄책감. 지금의 이 감정들은 내가 평생 풀어야만 하는 숙제일 것이다. 비장애 형제로서의 내가 이 감정들과 화해하고 숙제들을 풀어나 갈 수 있을까. 동생과 나는, 과연 괜찮을까.





Written by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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