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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Feb 28. 2020

일곱 살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비장애 형제 '나래'의 이야기

안녕, 일곱 살의 나래야! 나는 스물여섯 살의 나래야.

 

오늘 병원 응급실에서 동생 이름 옆에 지적장애 3급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엄마한테 "왜 동생 이름 옆에 지적장애라고 쓰여있냐"라고 물어봤을 때, 엄마가 잘못 쓰여 있는 거라고 말했잖아. 넌 엄마의 답변을 듣고 장애라고 잘못 쓰여 있는데도 엄마는 '왜 병원 직원한테 고쳐달라고 말하지 않을까, 대학 병원이 무슨 일처리를 이렇게 할까' 의문을 가졌지.


있잖아, 병원은 실수를 하지 않았어. 네가 동생은 '왜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고 때때로 이상할까' 의문을 가졌던 게, 사실 네 동생은 발달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그랬던 거야. 성인이 된 나는 일곱 살 때 병원에서 '엄마가 사실대로 동생의 장애를 말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종종 생각하곤 한단다. 


동생 이름 옆에 지적장애라고 쓰여 있던 것을 엄마가 '병원의 실수'라고 말했기 때문에, 후에 동생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인지했을 때 ‘그래, 엄마는 동생의 장애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구나. 그럼 나도 최대한 언급하지 말자’ 하고 속으로 결심했던 것 같아. 그때 엄마가 사실대로 말해주었다면 자라면서 동생의 장애에 대해 부모님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감정들을 속에만 담아두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앞으로 동생의 장애를 정확하게 인지하면서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동생에 대한 책임감, 부담감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가 있을 거야. 그런 너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 부정적인 감정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들 때마다 절대 속에 담아두지 말라고. 


그리고 항상 너 스스로의 행복을 생각하렴! 동생이 어떻고, 부모님이 어떻든 간에 '너는 너'잖아.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했으면 좋겠어! 너는 아직 모르겠지만 넌 참 똑똑하고, 정 많고, 괜찮은 애거든!


그럼 이만 줄일게.


안녕, 어린 나래!





Written by 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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