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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Feb 14. 2020

너무 일찍 날게 된 아기 새

비장애 형제 '그린'의 이야기

나는 너무 일찍 날게 된 아기 새. 그저 엄마 아빠의 걱정을 덜어주고, 부모님의 인정을 받고 싶었을 뿐인데 어느 사이에 '어른스러운 새'가 되어버린 아기 새.


날개 없이 태어난 동생을 보며 눈물짓던 부모님은 내가 힘찬 날갯짓을 보일 때마다 잠시 세상 시름을 내려놓은 듯 보였다. 나는 부모님을 안심시키는 내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부모님을 기쁘게 해주려 할수록 나는 어쩐지 그들과 점점 더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달리 가까워질 방도도 없었다. 부모님은 이미 나를 떠나보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우리 딸 이제 혼자서도 잘하네? 우리 딸은 참 똑똑하고 어른스러워. 네 걱정은 하나도 안 해. 네 동생이 걱정이지. 엄마 아빠는 널 믿어. 넌 알아서 뭐든 잘할 거야.”


그런 말을 할 때면 늘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까. 사람들 앞에서 내 위신을 세워주니까. 난 그게 그저 칭찬인 줄 알았지, 날 둥지 밖으로 내모는 말일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직은 좀 더 엄마 아빠의 품 속에서 머물고 싶었지만, 동생을 보살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부모님을 나까지 힘들게 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감히 둥지 밖으로 몸을 던졌다.


미처 다 자라지도 못한 날개로 겨우 날기는 했지만, 죽을힘을 다해 버텨야만 땅으로 곤두박질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그제야 나를 날게 만든 것이 내가 아닌 부모님임을 깨달았다.


‘부모라는 사람들이 내가 진짜 어른스러운 건지 아니면 어른스러운 척하는 건지도 구분을 못해? 당신들은 칭찬으로 나를 조종했어. 내가 진짜 원했던 건 칭찬이 아닌 섬세한 관심이었다고!’


하지만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전에 그들은 너무 노쇠해 버리고 말았다. 비바람으로부터 가족을 지켜내던 아빠의 커다란 날개는 망가져버렸고, 엄마의 반짝이던 깃털은 그 빛을 모두 잃어버렸다.


부모님에 대한 측은지심은 내 원망과 분노마저 누그러뜨렸다.


우리 가족 중에 유일하게 날 수 있는 새는 이제 나 하나뿐이다. 가족의 안위가 내 손에 달려 있다는 부담감이 나를 짓누른다. 이럴 땐 차라리 내 날개를 부러뜨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너무 일찍 날게 된 아기 새는 자신의 날개를 저주한다.





Written by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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