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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Apr 28. 2022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모든 게 와장창 무너졌어요

비장애형제 '수지'의 이야기 ① by 은아, 혜연

나의 삶을 지키면서 장애형제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막막하기만 한 장애형제와의 미래. 
나 혼자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 텐데.
다른 비장애형제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 나가고 있을까?
비장애형제모임 나는(It's about me!)에서는 
다른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장애형제의 삶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는 한 비장애형제의 구조 요청이 왔습니다. 그 비장애형제는 자신의 고민을 터놓을 수 있는 누군가와의 만남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수지(47세)님. 수지님은 결혼과 동시에 외국으로 떠났다가,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와 2년째 자폐성 장애를 가진 여동생(44세)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수지님이 이러한 선택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모든 게 와장창 무너졌어요.


(은아수지님외국에서 살고 있다가 돌아오시게  계기가 있을까요

 

(수지) 사실 저도 30대에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고민을 깊게 하기보다는 가족이 저에게 주는 부담과 멀어지고 싶었거든요그래서 도망갔어요결혼으로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그리고 외국으로 갔어요. '진짜  모른다동생에 관한  부모님이 알아서 하고국가도 발전했으니까 나라에서 뭐라도 하겠지 책임이 아니야.' 이러면서요그랬는데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모든  와장창 무너진 거예요

 

처음에 엄마는 배가 아프다고 하셨어요가족들은 맹장염인  알았어요아주 가볍게 생각했었죠그런데 갑자기 대장암 4기가 발견된 거예요심지어 병원에서는 2 남았다고 했는데 4개월 만에 대장암이 아닌 심장병으로 돌아가셨어요

 

제가 봤을 때는 스트레스인  같아요왜냐하면 일단 본인의 남편이자  아빠가 치매이세요그리고 걱정스러운 딸이 있죠그러니까 엄마는   수조차 없었던 거죠.

 

(은아) 아버지께서는 치매를 앓고 계시군요어머니께서도  걱정이 많으셨겠어요.

 

(수지) 아빠는 가벼운 치매를 앓고 계셨는데 엄마가 아프시니까 아빠도  위중해지더라고요쌍둥이처럼걱정거리가 있는 자식을 서로 지지하고 있다가 한쪽이 무너지면서 같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무너지더라고요   엄청나게 강단 있고 되게 강하신 분이거든요그런데 그렇게 무너지는  보니 많이 놀랐어요.

 

정말 황당한  제가 엄마를 케어하고치매인 아빠는 집에서 동생과 생활하니 집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서 엉망이 되었거든요아빠는 이런 생활이 불편하고 괴롭다고요양원에 데려가든지 어떻게든 해달라고 하셨어요그래서 요양원을 급하게 알아봐서 아빠를 모셨단 말이에요그렇게 모셔다 드리고 5시에 집에 돌아왔는데엄마가 그날  10시에 돌아가시더라고요

 

엄마는 본인이 살아 계시면 오히려 딸인 저한테  부담된다고 느끼시는  같았어요. '이미 아빠와 동생 사람의 숙제가 있는데 너한테 나를 나까지 맡길  없다.'라는 생각을 하시더라고요정말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그래서  죽음은 엄마가 선택했다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어리던가 차라리 늙던가


(은아 이후로 모든  시작되었군요

 

(수지) 맞아요아빠는 요양원에 가셨으니 동생은 그냥 시설에 보내면 되겠다고 가볍게 생각하고 알아보기 시작했는데요그거 아시나요지금으로부터  2 전이 탈시설 흐름의 시작이었어요이미 시설에 있는 사람들도 집으로 돌려보내는 시점이었죠

 

제가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전국 시설에 전화를  돌렸어요괜찮아 보이는 시설은 자리가 없고자리가 있는 곳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고계속  반복이었어요동생이 여자니까 아무 데나  보내겠는 거예요오라고 하는  중에 마땅한 곳이 없더라고요

 

저는 실버타운 같은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예전보다 좋아진 시설이 있겠지그런데 제가 동사무소 직원에게 실버타운 같은  없냐예전보다 좋아진 시설은 없냐고 물어보니까 저보고 굉장히 이상적인 얘기를 한다는 거예요그런 곳은 없다.”라고 단호하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말을 듣고 좌절했죠.

 

(은아고생이 정말 많으셨어요시설에서 나와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어떤 보호장치나 대책 없이 '집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는 결국에 '가족들이 알아서 .'라고 밖에 들리지 않네요.

 

(수지그래서 2년을 내리 아무런 대책 없이 지냈죠하다 하다  돼서 제가  와중에 세례까지 받았어요수녀님들이 케어해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급하게 공부해서 천주교 신자가 됐단 말이에요

 

수녀님이랑 신부님을 붙잡고 매달리고 했는데, 65 이상 할머니들은 가실  있는 곳이 있는데 저희 동생이 40대라서  받아준다는 거예요차라리 어리든가 차라리 늙든가.  지금  아무 데도   없는 40대라는 거죠

 

(은아청년장년기의 성인 발달장애인은 그야말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네요.

 

(수지) 정말 그래요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작은아버지 지인 중에 발달장애인 자녀를 두신 분이 있는데그분이 시설을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거예요 시설이 준비가 되면  동생을 데려가기로 약속했어요

 

예상했던 설립 시점 작년 겨울인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서 일이   됐던 모양이에요다른 지역으로 옮길까부지를 어떻게 할까이러면서 얘기가  분산되더라고요저한테 같이 자금을 투자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오고요결국 흐지부지 되었죠

 

이런 상황이 되니 제가 사회복지 쪽이  맞으면 뭐라도 하나 작게라도 설립을 할까이런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은아 부모님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 자신이 직접 시설을 설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수지님도 내가 직접 사회복지 관련 공부를 해야겠다시설을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네요기존에는 어떤 일을 하고 계셨나요?

 

(수지) 지금까지 저는 전혀 상관없는 의류 전공을 했어요이런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관련 일을 하기도 했고요그렇지만 지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2 안에  성향에 맞으면 관련 공부를 해서 사업으로 확대해버리자이렇게까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도저히 이게 머릿속에  들어오고 너무 관심이 없는 분야인 거예요 동생은 걱정이 되지만솔직한 심정으로 저는  분야에 관심이 없어요너무 괴롭더라고요.



좋은 시설을 찾아서


(수지그렇게 절망하던 와중에 기사를 하나 봤는데요천주교  수도회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님과 함께 지방에 발달장애인 가족들을 위한 빌리지를 형성했다는 거예요. 저의 경우와 비슷하게발달장애인의 부모님이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는데 시설이 마땅치가 않고  마음에  든다차라리 우리가 마을을 만들자고 해서 설립된  같아요시설이나 마을 구조가 굉장히  되어 있고 안전해 보여서 여기다이런 곳이면 안심하고 보낼  있겠다.’하고 달려갔어요

 

(은아)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마을을 조성한 거군요그런 곳이 있다면 정말 좋을  같은데가보니 어떠셨나요?

 

(지수) 막상 입주 안내를 받으니 실망스럽고 절망스러운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어요가보니 마을 안의 소프트웨어가디테일이 아예 없는 거예요

 

이곳은 부모님과 발달장애인이 같이 들어가서 생활하는 곳인데입주를 하려면 2억에서 2 5 정도를 내야 해요생활비는 3, 400만 원 정도가 별도로 들어가고요. 그런데 생활비가 얼마가 들지는  수가 없대요입주 시에 내는 돈도 나중에 돌려받을  없고요.

 

그리고 지방이다 보니까 서울하고 다르게 일자리도이용할  있는 시설도 아무것도 없어요그냥 시골이에요그러다 보니 시에서 복지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지원이 되는  없는 거예요. 활동보조사나 사회복지사는 없냐고 물어보니까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라는 표정이더라고요.

 

뭔가 수업이나 프로그램을 하려면  개인 사비로 지출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생활비가 얼마나 들어갈지   없고경우에 따라서는 부가적으로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한 거죠

 

그날도 부모님들이 아이를 데리고 오는  봤고 분이 입주해서 살고 계신  같아요그렇지만 이런 형태의 거주시설에 대해서는 국가의 보조가 없어요정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신 분들 아니고서야 지속하기 어려운 시스템인  같아요.

 

(은아발달장애인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마을이라는 콘셉트 자체는 좋지만주변에 이용할  있는 인프라가 전혀 없고모든 비용을 개인이 지출해야 하는데 정확한 금액을  수도 없다니 너무 난감하네요

 

(수지) 저도  동생을 보내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제가 돈을  투자해서라도 좋은 데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그런데 정해진 액수도 아니고 그냥 진짜  빠진 독에  붓기인 거예요

 

그리고 나보고 들어와서 같이 살라는  너무 황당하더라고요나는 부모가 아니고 언니인데내가 어떻게 하냐고 하니까 여기 같이 들어오래요"그럼  인생은 어떡하냐내가 동생을 보내려고 지금 여기를 알아본 거지내가 들어올 것은 아니다."라고 하니까 그럼  아파트 중에 하나를  동생이랑 다른 발달장애인  이렇게  명을 세팅해서 샘플로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은아) 테스트를 해보자고  거군요.

 

(수지그게 미치겠어요제가 돌아다니는 모든 곳에서 지금 저는 무조건 테스트예요. 왜냐면 부모님들이 옆구리에 발달장애 자녀를 끼고 살아갈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잖아요그래서 미래에 대한 걱정을 시작하고 있는 시점에 동생이랑 제가 ‘짜잔하고 나타난 거예요앞으로 저희 가족과 같은 상태가  테니 저희를 샘플이나 테스트 삼고 싶겠죠

 

하여튼  테스트는  아닌  같더라고요돈은 내가 내고 테스트는  동생이 하라는 거니까요입주 비용 2억의 절반인 1억을 일단 내야 하고다달이 얼마가 될지 모르는 생활비가 들어가잖아요내가 무슨 재벌도 아니고… 

 

그런데 어떤 분이 저한테 "부모님이 남겨놓은 재산이 있지 않냐그걸 동생에게 써야 되지 않겠냐."라고 대놓고 그러더라고요대놓고정말 속상했어요

 

(은아) 그곳의 분들이 동생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돈이나 샘플로서의 케이스로만 보고 있다고 느껴져서 정말 속상했을 것 같아요. 

 

(수지) 작년에는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절망도 많이 했고그러다 새해가 되면 갑자기 마음을  다잡게 들잖아요새해가 돼서 마음을 다잡고 그래도 올해 또다시 한번 해보자.’ 이러고 기도하면서 신부님한테 여쭤봤어요.

 

신부님제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동생과 같이 지내고 있는데 제가 이제 어떻게 할까요?” 했더니 신부님이 독립을 시키세요각자 사세요.” 말씀하시는데 갑자기 뭔가 머리 맞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내가  정신을 차려야겠구나.' 싶어서 그렇게 다시 나서게 됐어요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모든 게 와장창 무너졌어요.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치매가 심해지면서 수지님은 자신의 일상을 버리고 2년간 동생과 함께 지내는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생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시설을 찾아다녀 봤지만, 시설 입소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인 발달장애인은 갈 수 있는 곳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많은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안전한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재정난을 겪고 있어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직면하고 절망스러웠지만, 수지님은 다시 용기를 내 나서기로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동생의 자립을 목표로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는 수지님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았습니다.


-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Written by 은아, 혜연


※ 비장애형제들의 새로운 미래찾기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세요!

<인터뷰 참여 신청> https://forms.gle/jTc5XUc8L8WF3zM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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