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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Mar 26. 2022

한 분이라도 돌아가시면 지옥이 될 거예요.

비장애형제 '신애'의 이야기② by 은아, 혜연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받을 만한 돌봄 서비스가 없어요 - 비장애형제 '신애'의 이야기①"에서 이어집니다>


한 분이라도 돌아가시면 지옥이 될 거예요.


(은아) 앞으로 동생과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또 미래에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셨는지 궁금해요.


(신애) 잘 모르겠어요. 제 직장이 친정 바로 앞이어서 본가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 가는데 그때마다 부모님이 늙으시는 게 눈에 보여요. 그전까지는 심각하게 생각 안 했는데 점점 미래가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에 아빠랑 단둘이 만나서 처음으로 그런 얘기를 했어요. 


“엄마랑 아빠는 건강하셔야 된다. 내가 효녀라서 말하는 게 아니라 내 성격에 엄마든 아빠든 한 분이 돌아가시면 나는 친정에 돌아가서 살 거고, 그 순간부터 동생이랑 사는 그 모든 시간들이 나한테는 지옥이 될 거다.”라고. 아빠가 다 듣고는 협박하는 거냐고 하더라고요. 


(은아) 지금 신애님이 예상하고 있는 미래는 어쩔 수 없이 동생이랑 같이 살아야 하는 거네요. 그리고 그게 지옥 같은 삶이라는 것이고요. 


(신애) 네, 너무 겁이 나요. 신랑한테 이런 걸 깊게 얘기는 안 했는데요. 엄마나 아빠가 돌아가시고 동생과 같이 살아야 될 때, 내 아이가 있다면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잖아요. 동생이 폭력성이 있으니 아이를 동생과 함께 두는 건 너무 위험해요. 그래서 절대로 그럴 생각은 없어요. 그러면 내가 어떻게 그 상황을 감당해야 할지, 또 신랑과 아이한테 동생이 끼칠 영향을 내가 어떻게 감당해야 할 것인가가 두려워요. 



첫 번째 대안, 장애인 거주 시설


(은아) 신애님이 동생과 같이 사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은 없을까요?


(신애) 대안이 없죠. 부모님이 직접, 같은 처지인 부모님들을 모아서 동생 같이 최중증 아이들이 살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보려고 시도도 했었어요. 그런데 쉬운 일이 아니니, 이것저것 진행해 보려다가 잘 안됐고요. 그 뒤에는 늦게라도 시설에 맡겨보려고 10년 넘게 전국을 다녀봤어요. 


여기저기 지역 상관없이 다 가봤는데 정말 자리가 없어요. 자리가 있다고 해서 가 보면 일상생활이 스스로 관리가 되는 사람들만 받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동생이 같이 상담받으러 가서 소리 지르는 건 기본이고 상담실 불을 껐다 켰다 하고, 냉장고를 열어서 포장된 모든 걸 다 뜯어서 버리고, 먹을 거 있으면 막 먹고, 날씨가 더운 날이면 입은 걸 벗어던지고 하니까… 동생은 안 받겠다고 하더라고요. 


(은아) 중증 발달장애인은 정말로 갈 곳이 없네요. 


(신애) 맞아요. 새로운 센터나 시설에 가려고 하면 가는 곳마다 일상생활이 돼야 된다, 대소변 다 가릴 줄 알아야 된다, 공격성이 없어야 된다고 하죠. 공격성이 없고 일상생활 다 되고 대소변 다 가리는 발달장애인이면 왜 시설을 가고 왜 주간보호센터를 가겠어요. 그게 안 되니까 보내고 싶은 거지. 더 심하고 더 중증인 발달장애인들은 결국 부모님이 한평생 봐야 되는 거예요. 


(은아) 오히려 더 지원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은 가족의 희생에만 기대야 하는 상황이네요. 너무 답답해요.


정신병원, 이게 대안일까?


(신애) 최근에 가족들이 정말 한계까지 왔어요. 동생이 아버지까지 공격하기 시작했거든요. 결국 아버지가 정신병원 얘기까지 하셨는데 저랑 엄마는 반대했어요. 동생에 대한 케어를 병원에서 잘해줄 수 있는지 걱정이 되잖아요. 그리고 실제로 주변에서 도전적 행동이 너무 심해서 어쩔 수 없이 정신병원에 간 케이스가 있는데요. 병원에서도 별로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수면제나 안정제 밖에 안 준대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도전적 행동이 더 심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상황이 너무 힘들다 보니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을 알아보기는 했는데 굉장히 복잡하더라고요. 의사 소견서랑 온갖 서류가 필요해서 입소하는 과정도 어렵고, 입소해도 3개월밖에 있을 수가 없대요. 3개월 뒤에는 다른 병원으로 가야 되고요. 그러면 동생은 바뀐 환경에 또 적응해야 되고… 그렇게 되면 점점 더 상태가 안 좋아질 것 같아요. 


또 동생 입장에서 병원에 간다고 생각해 보면 저라도 싫을 것 같아요. 가족이 갑자기 없어지고, 낯선 사람들이 있고, 약을 먹어야 되고… 그리고 지금은 집 안에서 전체 공간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데 병원은 자유가 구속되잖아요. 



(은아) 지금 약물 치료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약물치료는 효과가 어떤가요?


(신애) 약을 먹으면 조금 괜찮아지기는 해요. 지금 먹는 약이 안정제인데, 부모님 두 분 다 동생한테 맞고 힘들어하시다가 병원에 얘기를 하니까 안정제를 준 거예요. 사실 장기 복용하면 안 되는 약이라고 하던데 그것까지 처방을 받았어요. ‘오래 먹으면 안 되니까 정말 긴급할 때만 하나씩 주라’고 했다는데, 지금 매일 하나씩 먹고 있어요. 매일이 긴급하니까요. 같이 살려면, 같이 살아가려면 어쩔 수가 없어요.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미래


(은아) 아까 시설도 고려해보셨지만 동생을 받아주는 시설이 없다고 하셨는데요. 이제 ‘탈시설 정책’이라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없애고 지역사회 내에서 살아가자는 취지의 정책이 시행된다고 해요. 이 정책을 통해서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신애) 의도는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데 탈시설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 같아요. 대책이 없으니 제 동생같이 최중증인 사람들은 결국에는 집에서 돌보라는 말처럼 느껴지고요. 현재에도 가족들이 돌보지 않는 한 돌봄에 대한 서비스는 전혀 받을 수 없는데 말이에요. 


그렇다고 또 기존의 평생 거주 시설을 많이 만드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요. 나는 가족이어도 너무 힘들어서 독립을 했는데, 평생 거주 시설 같은 곳에 과연 어떤 사람이 취업하려고 할까요? 저도 특수교사잖아요. 그래서 한 번은 거주 시설에 취업을 해보려고 알아봤는데 급여가 너무 짜요. 활동 지원 서비스도 그렇고요. 우리나라는 가장 힘든 취약계층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수가 너무 적어요. 그게 마치 마땅한 봉사이고 당연한 사명감인 것처럼 생각하죠. 


그렇게 관련 종사자분들이 업무 강도에 맞지 않는 대우를 받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는데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걸 아니까, 시설이나 기관에 제가 운영 개선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수가 없더라고요.


(은아) 맞아요. 그분들도 고생하고 있는 것을 아니까, 또 그 시설이 아니면 갈 곳이 없으니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에도 눈치가 보이죠. 


(신애) 맞아요. 그나마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있어요. 해외에는 치매 노인을 위한 마을이 있다는 거예요. 치매 노인들이 병원이나 요양원에 갇혀 지내는 게 아니라, 식당도 있고 가게도 있는 마을에서 전문가들이나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서 살아 가시는 거죠. 그러니 그 마을에서 그분들이 어떤 특별한 행동을 해도 아무도 놀라지도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요. 


치매와는 다르긴 하지만 발달장애도 비슷한 솔루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한편으로는 그 마을이 결과적으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분리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썩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다양한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은아) 그런 마을이 있군요. 해외 사례도 참고해서 다양한 생활 형태를 시행해볼 수 있으면 참 좋겠네요. 각각의 방법들이 장단점이 있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애) 정말 공감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일단 무엇이라도 하기. 제가 우선 할 수 있는 건 지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만나는 사람들에게 장애를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잘 이야기를 해서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시선을 바꾸는 것 같아요. 지금 제 남편처럼요.


(은아) 멋져요, 신애님. 저는 이렇게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무엇이라도 하고 있다’는 위안을 삼는 것 같아요.(웃음) 오늘 이렇게 긴 시간 솔직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느리지만 앞으로 나가는 길을 함께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동생이랑 살게 된다면,
그 모든 시간들이 
나한테는 지옥이 될 거예요. 


다양한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최중증의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은 가족들이 돌보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부모님을 지켜보며, 신애님은 부모님이 오랫동안 건강하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인터뷰를 비롯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애님의 멋진 모습을 응원하며, 나는(It's about me!)도 함께 새로운 미래를 위한 대안을 찾아가보려고 합니다. 


나는(It's about me!)과 함께 더 나은 미래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비장애형제라면 누구나, 

비장애형제들의 새로운 미래 찾기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세요!

<인터뷰 참여 신청> https://forms.gle/jTc5XUc8L8WF3zME9



Written by 은아, 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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