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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Oct 04. 2019

괜찮아 사랑이야

비장애 형제 '그린'의 이야기

초등학교 시절, 발달 장애를 가진 동생은 창 밖을 통해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한참 동안 구경하곤 했다. 엄마는 그 모습에 마음 아팠는지 놀고 싶으면 너도 나가서 놀라며 다그쳤지만, 동생은 단 한 번도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이미 수년간 학급에서 소외감을 느껴왔을 텐데 용기가 날 리 없었다.


얼마나 함께 놀고 싶었으면 한 시간이 넘도록 서서 창 밖을 내다봤을까? 참 상냥하고 따뜻한 성품의 아이인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또래에게 배척당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누나로서 동생의 쓸쓸함을 달래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의식적으로 동생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우선 동생의 반복적인 이야기에 대한 인내심을 길러야 했다. 동생은 수련회 다녀온 이야기를 좋아했다. 며칠마다 되풀이되는 내용에 처음엔 짜증이 났었는데, 얼마나 그 기억이 좋았으면 이럴까 싶었다. 동생이 행복한 기억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동생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동생은 나와 보내는 시간을 무척 좋아했다. 나 역시 그 순간들이 즐거웠다. 무엇보다도 동생과 함께할 땐 긴장을 풀고 편한 상태로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나와 동생은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각자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문화생활을 즐겼다. 남들 다 하는 건 내 동생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전시회, 콘서트, 영화관, 맛집, 카페, 명소 등을 찾아다녔고, 때로는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동생은 수련회 이야기보다 우리의 추억을 더 많이 언급하기 시작했다.


동생이 나와의 추억을 신이 나서 회상할 때면 과업을 달성한 듯 뿌듯하다가도 금세 부담감이 밀려왔다. 동생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건 무척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내 도움 없이는 그러한 기회를 갖기 힘들다는 사실에 숨이 막혔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면 강한 죄책감마저 들었다. 나는 친구들과 언제든 즐겁게 놀 수 있지만, 동생은 그럴 수 없고 늘 집에만 있으니까, 나 혼자 너무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아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이다. 동생에게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죄책감에 시달리는 나를 나조차도 이해할 수가 없다. 내 인생이 즐거울 때마다 동생에 대한 죄책감이 치고 올라오는 건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동생을 향한 연민은 마치 족쇄처럼 나를 옥죄어 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생의 행복을 포기하고 싶진 않다. 나는 정말로 정말로 내 동생을 아끼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보다 동생이 행복한 것이 더 편안하기에 그토록 동생을 위해왔는지도 모른다. 동생에 대한 복잡한 내 마음은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연결돼 있다. 나는 동생을 사랑하기 때문에 괴롭고, 행복하고, 아프고, 즐겁다. 나를 옥죄어 온 건 동생이 아니라 서툰 내 사랑방식이 아니었을까?


어떻게 해야 나를 지키며 동생을 사랑할 수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요즘의 난 지치지 않을 만큼만 노력하려고 한다. 동생의 행복만큼이나 나의 행복 역시 책임지자는 마음이다. 내가 여유롭고 안정적인 상태여야 동생이 진짜 나를 필요로 할 때 도와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Written by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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