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은 무거울 수도 있지만 그동안 살아왔던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뉴스를 보다 보면 자주 보도되는 조현병 관련 범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자꾸만 주위 깊게 보고, 듣게 된다. 어린 시절에는 조현병을 겪고 있는 가족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두려워, 엄마는 마음이 아파서라는 말로 얼버무리곤 했었다.
2011년 병명의 이름이 바뀌었다. 정신분열증에서 조현병으로.
병에 대한 지식은 없고,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있으며, '위험하다'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용기를 내어 조금이나마 작은 목소리를 내어본다.
대한 정신분열병 학회에 따르면 2011년도에 정신분열증에서 조현병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조현병이라는 세 글자 단어를 검색하면 질환 백과라는 곳에 이렇게 나온다. 10대 후반부터 20대의 나이에 시작해서 만성적 경과를 보이는 정신적으로 혼란된 상태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이 구분이 안 되는 뇌질환으로 100명 중 1명은 걸리는 흔한 질환이라고 한다. 또한 남녀의 발병 빈도는 비슷하고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엄마 나이 40대 후반, 내 나이 10살, 엄마는 정신분열증(조현병)을 진단받으셨다. 어린 나이었던 나는 엄마의 컨디션이 어떠한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일이 앞으로 일어날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조현병이라는 질병을 듣고나서부터는 그저 엄마가 마음이 아픈 것뿐이라고 나만의 정의를 내리기로 했다. 또한 엄마가 내게 누군가가 쫓아온다고 할 때에도 전혀 이해되지 않았고, 주변에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엄마를 그저 지켜보는 것뿐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엄마에게 자주 나타났던 조현병 증상은 망상, 망각, 실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 보이거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고, 스스로에게 마법의 힘이 있다고 믿는 것이었다. 엄마는 해마다 잦은 입원을 하셨고, 스스로를 해하거나, 새벽에 일어나서 아빠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실제가 없는 사람과 혼잣말로 대화를 자주 했다. 증상이 심해지면 강제 입원과 수면제로 인한 약물치료를 지속적으로 병행해왔다.
이전 엄마와 신경정신과 병원에 함께 갈 때마다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이 병원을 찾는 것을 두려워하고, 도움받을 상대가 없어 병의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증상이 심해질 때서야 찾아온다고 했다. 왜냐하면 정신과, 신경과를 찾아가는 것을 오히려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한 기사에 따르면 20년-30년 전만에도 정신과는 정신병은 환자만 가는 곳이고, 정신병은 낫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로 잘못 인식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고, 병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인정을 기피하고, 치료를 피하게 되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도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원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범죄를 일으킬 확률도 높고, 원래 그래라는 맞다, 아니다는 생각의 고정관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신 질환을 가진 모든 사람이 다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또 한편으로 정신질환을 가진 가족들도 그만큼의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사자도 힘들지만, 조현병 환자의 가족도 마찬가지로 힘이 든다. 곁에서 지켜주지 못한다는 죄책감, 절망감, 책임감 등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 유전적인 영향은 없는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마음속에 늘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서울 아산병원 의료 정보에 의하면 일반인이 조현병에 걸릴 가능성은 1%에 불과 하지만 부모나 형제 중 한 사람이 조현병 환자일 경우에는 발병률이 5~10% 정도로 높아진다 는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현병에 대해 재 검색해 본 결과 치료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치료법은 개인 정신 치료, 가족치료, 집단정신 치료, 재활 프로그램, 입원 치료 등이 있다고 한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현재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5년 동안 80만 명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했고, 연령층이 20대에서 30대 또는 60대와 80대에서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가장 많았던 연령층인 20대는 5년 동안 83%가 급증했을 만큼 우울지수도 높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 건강, 즉 마음 건강이다. 인간관계, 사회생활, 휴식 등 전반적인 삶의 균형을 이뤄야지만, 삶을 살아갈 때에 있어 자신의 마음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균형에서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마음에 신호가 찾아오기 때문에 나를 지키기 위한 건강한 마음을 위해서라도 이 3가지를 기억하고, 틈틈이 실천해보자.
첫 번째, 충분한 휴식.
하루정도 스마트폰을 멀리 하고, 잠을 충분히 자거나 온전히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보는 것이다.
두 번째, 솔직한 감정을 종이에 적어보기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또한 감정을 억누르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솔직한 감정표현이 어려울 수는 있다. 하지만 솔직한 감정 표현은 오히려 나 자신의 건강한 마음을 위해서라도 정말 중요하다. 2018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심리학자 자레드 토레와 메튜 D. 교수가 이끌었던 연구진에 따르면 "감정을 적절히 서술할 수 있을 때, 감정의 고통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종이에 글로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함, 걱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나를 위한 소소한 행복을 만들어주기
행복을 떠올리는 순간 우리는 불안한 마음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예를 들면, 지금은 행복하지만 행복이 어느 순간 사라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처럼.
그렇기에 우리는 아주 소소하고도 사소한 행복들을 바쁜 빈틈 사이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가까운 곳에 산책을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평소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자신의 기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아주 소소한 행복을 챙겨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의 균형은 스스로만의 선택할 수 있고, 맞춰 갈 수 있으며, 한번 맞춘다고 하여 절대 유지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복적으로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 그 균형에 맞춰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중심까지도 천천히 채워나갈 수 있다면 비록 삶에 흔들릴 수는 있어도 중심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 3가지를 기억하고,
자신의 마음 건강을 챙기며 삶을 살아가자.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오롯이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한 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챙기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더는 마음이 아프지 않길 바라는 작은 바람.
단편적인 것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양면성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
온전한 사실만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
비록 작은 목소리일지라도 조금은 용기 내어 당당하게 말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엄마가 아프다는 시선으로 나를 동정했고, 엄마를 이용하는 것을 볼 때마다 속상했다.
어린 나이에 히어로처럼 엄마를 지키기 위해 애쓰기도 했었지만 현실에 많은 벽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주변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 혼잣말을 하는 엄마를 바라볼 때는 얼버무리며, 아닌 척했었지만 가끔은 두려움이 앞설 때가 더 많았다.
왜 우리 엄마는 아픈 것인가.
엄마를 지킬 수는 없는 것인가 하는 마음을 담아 하늘 탓을 해보기도 하고, 기도를 해보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인정하고 싶지도,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웠다. 심지어 나까지도 엄마가 아프다는 말을 가슴속에 담아둔 채로 매 순간 매번 인식하고 엄마를 바라보았으니.
그렇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정말 많이 사랑하지만 때론 미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실만 바라보기로 했다. 그저 한 사람으로.
내게 엄마를 만난 건 삶에 최고의 행복이었다.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를 이제는 가슴속에 고스란히 넣어둔다.
또다시 엄마를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