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보내는 편지
오늘 나는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괜찮지 않은 날인데 괜찮다고 말하며 나를 속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갈 작은 희망 하나 놓쳐 버려 나를 포기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참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마치 급하게 뛰어가도 1초 타이밍에 지하철을 놓치는 것처럼. 누군가는 나를 보고 단단한 사람. 착해서 호구 같은 사람이라고 말을 하지만 나는 전혀 착하지 않고, 단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삶을 통해 부딪히고, 배워가며, 작은 희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버티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저 솔직하고도 날 것으로 오늘도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의 제목은 나는 오늘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로 지었다. 오늘 하루를 고생한 나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일기 쓰듯 어떤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일상을 적어보려 한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기차를 타기 위해 30분 정도 운전을 하고, 역에 주차를 한 뒤, 초록불 신호등을 건너기 위해 다다닥 뛰어가 헤드셋을 쓰고, 노래를 들으며 힘찬 하루를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터벅터벅 올라가 열차를 기다렸지.
열차를 기다리면서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음악을 들으며, 오늘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버텨낼까 또 생각을 했지. 그러다가도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읽고 싶은 전자책을 꺼내어 마음의 울림과 함께 지식과 정보를 습득했지.
'아! 이럴 땐 이렇게 할 수도 있겠네?', '아! 오랜 시간 동안 쌓아왔던 경험들을 이렇게 풀어낼 수 있구나.'라며
또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나는 오늘 어떤 글을 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5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열차의 문이 활짝 열려 또 터벅터벅 힘찬 걸음으로 지정 좌석에 앉아 전자책의 글을 읽다가 읽고 싶은 최근 트렌드 링크가 있어 그 글을 읽게 되었지.
그러다 갑자기 급 피곤함이 몰려와 잠깐 눈을 붙였던 것 같아. 그렇게 또 서울역에 도착해서 힘찬 걸음으로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갔지. 매번 서울역에서 뛰어서 전철을 탔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여유를 갖기 위해 뛰지 않는 연습을 해보기도 했지.
아침마다 역과 역을 갈아타기 위해 짧은 호흡으로 하루를 보내곤 했지. 점심시간이 와도 짧은 호흡으로 배를 채우고, 퇴근을 해도 짧은 호흡으로 다시 서울역에 갔지. 짧은 호흡만 쉴 새 없이 계속 반복되니 긴 호흡 하는 방법을 잊어버릴 때가 종종 있더라.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주말이 와도 짧은 호흡을 하며, 밥을 먹을 때가 있지. 그저 하고 싶은데로 편안하게 쉬어도 되는 데 말이야. 그래도 과거의 나였다면 지금쯤 굉장히 불평불만도 많이 하고, 답답한 마음을 계속 되뇌며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을 텐데.
요즘은 이상하게도 빨리 알아차리더라.
내가 어떤 상태인지, 어떤 기분인지. 어떤 호흡인지.
그런데도 여전히 거짓말 하나는 계속하고 있네.
괜찮은 척, 안 힘든 척.
원래 그렇게 삶을 살아가야 해서가 아니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다음날을 살아갈 힘이 없을까 봐. 괜찮은 척, 안 힘든 척하는 것일 뿐이야. 그저 나를 위해서.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괜찮은 척, 안 힘든 척하며 살아가고 있겠지.
이상하게도 요즘에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느껴지는 것들이 있어.
아주 마음 깊은 곳에서 찡한 아픔이 올라올 정도로.
상대방과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이 말을 할 때, 말투, 높낮이, 행동, 표정, 호흡에서 어떤 마음으로 말을 하고 있는지와 상대방 내면의 깊은 상처를 구체적으로 알 순 없지만 상처와 고민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것이 대화를 통해 느껴질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나는 상대방을 따듯하게 안아주고 싶은데, 오늘은 유독 나를 따듯하게 안아줘야 할 것 같네.
그저 아무 말없이 토닥토닥, 고생한 나를 위해.
큰 사건이나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유독 슬픈 날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괜찮은 척, 안 힘든 척 나를 속이기도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다음날을 견뎌내기 어려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 하루가 지친 하루였다면
그저 아무 말 없이 토닥토닥, 고생한 나를 위해 등을 두드려 주자.
오늘만큼은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