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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Feb 25. 2021

봄맞이 가구 재배치

제습과 가습, 그것이 문제로다!

봄이 온다. 뭔가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다. 그래서 봄맞이 가구 재배치를 시작했다.


가구를 옮겨야겠다 맘먹은 이유는 바로 습도!!

거실에 두 개의 책상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그중 하나(1번)에서 글도 쓰고, 필사도 하고, 가계부도 쓰곤 했다. 그런데! 베란다가 없는 우리 집 구조상 빨래는 거실에 널어야만 한다. 그래서 세탁기의 일이 끝나는 동시에 나는 거실에서 쫓겨난다. 왜냐하면 제습기와 선풍기로 빨래를 건조하다 보니 거실을 봉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꼼짝없이 주방이든 안방이든 갇혀버리게 되고 활동이 정지된다. 아흑, 전업주부도 나만의 작업공간이 필요하다고!


건조한 겨울, 가습기가 필수다. 안방에는 가습기가 있지만 거실까지 설치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거실은 제습기를 자주 가동하다 보니 습기가 없는 편이다. 그런데 주로 거실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피부나 코 안 점막이 건조해지고 있다. 코 안이 헐고 딱지가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몇 개월 전부터 책상(1번)을 옮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1월 중에 이사가 잡힐 수도 있을 거 같아 좀 참았다 이사 가서 정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사는 하반기 이후로 미뤄졌고, 새 봄에는 새로운 느낌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에 움직이기로 했다.


2021년 봄맞이 가구 재배치 계획이다.


<거실>

거실에 있던 2개의 책상 중 하나(1번)를 안방으로 옮긴다.

남은 책상(2번)은 구석으로 옮긴 후,  그 자리에 창가에 있던 물건을 놓는다.

창가에 빨래 건조를 위한 물품을 상시 배치한다.


<안방>

안방 문 근처에 책상(1번)을 배치한다.

문 가에 있던 책장을 옷방으로 옮긴다.

인형들의 위치를 바꾸어 공간을 넓힌다.

컴퓨터 모니터(40인치)의 위치를 잠자리에 맞게 이동시킨다.


<옷방>

안방에서 옮겨온 책장을 쌓는다.(기존 1단+2단 올리기)

문 뒤에 있던 물건을 치우고 책상 앞에 있던 청소기를 문 뒤에 정리해 넣는다.

 

이렇게 대략의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옮기기 시작했다. 안방에 책상이 들어올 자리를 대략 정해놓고 그 자리에 있던 물건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눈에 보이는 큰 먼지 덩어리는 진공청소기로, 작은 먼지는 물티슈로 닦으며 정리했다. 책상 위, 아래 물건들을 치워두고 책상만 들들들 끌며 안방으로 갔다. 안방에 책상과 의자, 여러 물건들을 정리해 넣고 의자에 살짝 앉아보니 아늑한 것이 맘에 들었다. 창의 위치, 전등의 위치 등이 달라지니 조도가 달라져 그런 듯했다.


거실 정리를 시작했다. 책상이 하나 빠지니 여유가 생겼다. 안방으로 간 책상(1번)이 구석에 있었으므로 그 옆 책상(2번)을 그 자리로 옮기기로 했다. 근데 책상째 밀어보니 너무 무거워 움직이질 않았다. 그래서 내 몸집보다 더 큰(?) 레이저 프린터를 힘겹게 바닥으로 내려놓고 겨우겨우 책상(2번)과 물건들을 옮겼다. 그리고 젤 구석으로 뚱뚱이 프린터를 옮기고 키 순으로 물건들을 배열하니 안정감이 있어 보기 좋았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창가에 있던 물건들을 옮겨 정리해 두었다. 그리고 창가에는 빨래 건조를 위한 물품들을 상시로 두고 쓰기로 했다. 빨래건조대를 매번 펴고 접고 치우고 하는 것이 번거로웠기에 이번에 한 일 중 빨래 건조 장소를 만든 건 퍽 맘에 들었다.


옷방은 은근 정리된 느낌이 생겼다. 청소기가 문 뒤로 들어가니 어수선하지 않고 깔끔해졌다. 안방에서 2단짜리 책장을 가져와 배치하고, 그 자리에 있던 1단짜리 책장을 그 위에 올려 쌓았다. 아무거나 늘어놓았던 것을 싹 치우고 작은 인형과 웨딩촬영 사진을 올려두니 매우 깨끗해졌다.


내 인생에 가장 오래 살았던 집, 5학년 때부터 고3 때까지 8년 동안 살았던 집이 떠오른다. 엄마는 정말 가구를 자주 옮기셨다. 딸들의 요구에 방을 바꿔주시기도 하고, 방 안 가구들의 위치를 바꿔 새로운 느낌을 내는 것을 좋아하셨다. 주부가 되어 살림을 해보니 엄마 맘이 조금씩 이해된다. 집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시던 엄마에게도 새로운 기분, 좋은 에너지가 필요하셨겠지?


가구들을 옮기고 다시 쓸만하게 정리하다 보니 대청소가 절로 되었다. 바닥 구석에 쌓였던 먼지를 치워내고, 싹싹 닦다 보니 이사하는 날처럼 땀이 났다.


그런데! 남편이 돌아오고 식사 후에 쉬기 위해 이불을 깔았더니!!! 안방이 마치 원룸처럼 발 디딜 틈이 없이 꽉 차 버렸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놓을까?' 했더니 남편이 '일단 하루 써보고 다시 생각하자.'라고 말해주어서 일단 샤워하고 누웠다. 불 끄고 자리에 누우니 아무것도 안 보이고 마냥 좋았다.




며칠이 지났다.


남편이 출근 후 이불을 접어 치우면 비좁은 안방에서도 책상 의자가 움직일 수 있어 작업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최근 대학원 공부를 시작한 남편이 비대면 강의를 듣기 위해 거실 책상(2번)을 사용하게 되었다. 가구 재배치 전이었으면 내 책상(1번)도  거실에 있었을 테니 꼼짝없이 안방에서 넷플릭스만 주야장천 봤어야 하는데 책상(1번)을 안방으로 미리 옮겨둔 덕분에 매일의 루틴을 지키며 작업할 수 있었다! 이야, 나 선견지명 있는 거 아냐? 하하핫


빨래를 해서 건조해보았다. 거실에 베란다가 생긴 느낌이었다! 상시로 예비된 빨래 건조대와 여유 있는 공간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제습기를 책상 속에 넣었다 뺐다 하고 빨래 건조대를 벽에 세워두었다가 폈다 하던 수고를 덜게 되어 무척 즐거워졌다.


아직 결혼 1년 5개월밖에 안된 2년 차 새내기 전업주부에게 살림이란 아직도 배워가야 하는 것이지만! 뭔가 하나씩 하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내 숨겨진 욕망은 전업주부의 삶이었던 걸까?


(Pixabay로부터 입수된 StockSnap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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