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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Feb 26. 2021

<하는, 사랑>을 읽고

김현주 작가님의 장편 소설

브런치에 입문하고 초기에 퇴고로 인해 고민한 적이 있다. 그래서 브런치에서 '퇴고'를 검색해 보았고 그렇게 '현주' 작가님과 만나게 되었다.


그때, 작가님의 브런치에서 '장편 소설'을 퇴고하시던 내용을 읽었다. 초보 작가인 나는 짧은 글 하나도 퇴고가 힘들어서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중이었는데, 장편 소설을 완성하신 것과 18번이나 퇴고하셨다는 글에 놀라기도 했고, 반성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장편 소설이라고 해서 나는 그냥 정말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이라 그런가 보다며 지나친 것 같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서평을 모아 올려주신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소설은 소설인데 그냥 '소설'이 아니었던 거다!


https://brunch.co.kr/@zoo430/95


사자고 결심했다!!

왜냐하면 꼭 읽어보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사는 곳에서 살 수가 없다!! 직접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차를 운전해서  1시간을 나가던가, 기차를 타고 40분 정도는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서울 을지로에 갈 일이 생겨 영풍문고에 갔다! 근데 없다고 했다!! 눈길이 미끄러웠지만 교보문고까지 꾸역꾸역 걸어갔다! 딱 1권이 남아있었다! 와!!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작가님께서 모니터하고 계시던 책이 나에게 들어온 것이라는 점!! 아주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설 직전에 책을 샀는데 명절 지나느라 바쁘기도 했고, 다른 일들도 많아서 읽을 수 없기도 했다. 그러나 다 읽지 못한 건 몇 가지 다른 이유가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평을 올리겠다 약속한 내 말을 혹시라도 작가님께서 기다리시진 않을까 고민하며 글을 쓰기로 했다.


그렇다면 책을 다 읽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 너무 사실적인 표현으로 인한 충격이다.

2. 책의 내용을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3.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


현대 사회 모든 부부의 문제일 수도 있고, 태고 시절부터의 고민일 수 있는 부부관계에 대한 소설이다. 그런데 정말 이런 이야기를 솔직히 터놓고 말할 수 있다 생각해보지 않아 첨에 읽다 놀라서 몇 장 읽다 덮고를 반복했다. 계속 읽을 수 있을까 싶었다. 매우 사실적이고 너무 솔직한 윤주의 표현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소설'이라고 하면 뭔가 뭉뚱그려놓은 비유적 표현이 많을 거라는 착각을 완전히 깨버린, 생활 그대로를 그려놓은 듯한 문체에 나동그라졌다. 그러나 소원해진 부부 사이를 좁혀가려는 희수의 시도와 윤주의 도움이 어떤 식으로 결실하게 될지 너무 궁금해서 며칠 지나 다시 책을 펴고 말았다.


책을 천천히 읽고 있는 다른 이유는 '시간'에 대한 것이다. 평소에 책을 집으면 쭉쭉 읽어 2시간 정도면 다 읽어버리는 편이다. 그러나 이 책 <하는, 사랑>은 읽다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생기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윤주의 남편, 즉 남자들이 가진 일반적, 보편적 생각은 여성의 것과 많이 달랐다. 아주 많이 다른 것도 있었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윤주와 남편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남녀의 차이에 대해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내용들 중 아직 해보지 않은 것들을 실습할 시간이 필요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충분히 행복한 시기이지만 새로운 시도는 소소한 자극이 되어 주었다. 그래서 책을 다 읽어버리면 모두 다 한꺼번에 시도하려고 할 나를 알기에 속도를 줄여 읽기로 하였다.


결혼 만족도 만점이 100점이라면 사실 현재 나는 점수를 200점이라도 주고 싶을 만큼 잘 지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남편일 것이다.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과 경청이라 말하는 그와 함께 사는 일은 무척 즐겁고 아름답다. 그러나 결혼 생활이 단순히 둘 만의 문제가 아님을 살아보면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가족, 친척, 지인들이 모두 잘 살고 있어야 우리도 온전히 평안을 누릴 수 있는 거였다. 그런 점에서 윤주-희수의 관계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주었다. 윤주는 남편과의 부부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다 내어준다. 희수를 위해서. 그 점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 주변의  어떤 사람이 같은 문제로 힘들어한다면 나는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 그러나 소설처럼 부부 관계가 결혼 생활의 중심축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윤주는 희수를 보며 도와주고 싶어 하고, 때로는 잘 되지 않아 함께 아파해주고, 희수 부부의 작은 변화에 물개 박수를 치며 기뻐했을 것을 상상해본다. 윤주-희수의 상담 관계가 윤주 부부의 관계에도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상담을 위해 남편과 윤주가 나누고 있는 대화를 잘 읽어보면 그들 역시 첨부터 완벽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서로를 내어 보이고 기다려주고 변화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윤주와 남편이 성장함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게 되고, 희수나 또 다른 사람들이 결혼 생활에 활기를 찾고 기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 다시 윤주의 결혼생활에도 기쁨이 넘치게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하는, 사랑>을 읽으면서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남편과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그러면서 공감하는 부분,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고민하는 부분, 즉 부부 관계로 결혼 생활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이 문제를 놓고 함께 아파할 사람, 공감해줄 사람, 변화를 지켜봐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사실, 결혼 생활은 단순히 부부 두 사람이 잘 지낸다고 해도 온전히 괜찮을 수 없다. 부모님이나 자식과 관련된 여러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 그러나 발생한 문제가 결혼 당사자들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분명 부부 관계는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자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혹시 조금 더 활기찬 결혼생활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하는, 사랑>을 꼭 읽어보기 추천한다.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에 대한 궁금증(특히 부부 관계)이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엄마한테 물어볼 수 없는 궁금한 것들을 분명 '윤주'에게서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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