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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Jun 16. 2023

헤드라잇 적응기

헤드라잇 입성 50일. 저항감이 느껴진다.



헤드라잇 창작자가 되었음을 알리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브런치에서 발행하지 못했던 글들을 마음껏 써보리라 호언장담하고 시작했는데 희한하게 헤드라잇에 글을 쓸 때마다 몸이 괴롭다. 오늘 아침에도 글을 쓰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명치가 꾹 눌린 기분이 들어 이건 글쓰기로 풀어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브런치에 발행하지 못했던 주제들을 헤드라잇으로 가져갔고 썼다. 우울증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글, 현재의 삶을 만족하는 글, 기쁨 도서관의 형식이 아닌 에세이 형식의 서평 등을 발행하고 있다. 주제를 마음대로 선정하고 원하는대로 쓰고 있는데 뭐가 이리도 괴로운 걸까?


자체 검열에서 거부된 것들을 쓰는 일이 이렇게도 괴로운 것이었다니. 뭐가 이리도 나를 힘들게 하는지 궁금해서 좀 자세히 살펴보았다.


첫째, 엄마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인 것 같다. 최근 엄마와의 갈등으로 인해 내게 남은 상처를 치유하면서 엄마의 본모습을 받아들이는 것, 그런 엄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상당히 고통스럽다. 그런데 그걸 글로 써서 발행한다는 것에서 오는 죄책감이 있다. 엄마로 인해 내게 생긴 일에 대해 하는 거라 당연히 해도 되는 것인데 그렇게 살지 못하게 하셨기 때문일까? 상당히 죄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 같다.


둘째, 브런치와 다른 에디터 환경 때문인 것 같다. 글의 길이는 독자에게도 쓰는 사람에게도 중요하다.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길이로 마무리해야 쓸 때도 읽을 때도 좋다. 헤드라잇 에디터는 브런치에 비해 글을 쓰는 공간이 좌우로 넓어 글씨가 굉장히 많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브런치에 3년째 글을 쓰면서 적당한 길이감을 찾았는데 아직 헤드라잇에서는 아직 찾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브런치의 세로 길이만큼 썼더니 엄청나게 글이 길어서 쓰느라 힘들었고 발행하고 나서 깜놀했다!


셋째, 소통이 적어 답답한 것 같다. 헤드라잇은 내 글을 많이 유통시켜 주지만 창작자들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댓글이 꼭 달려야만 좋은 글은 아니라는 건 안다. 하지만 혼자 물 위에 뜬 오리배 느낌이 들어 외롭고 쓸쓸하다. 반대로 브런치에서는 반응이 좋지 않을 것 같은 글을 쓰지 못했던 것인가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엄마 이야기는 꼭 해야 하는 시기니까 하면 된다고 다독여주자.

에디터 환경은 변화 가능하니 나에게 맞춰서 쓰자.

소통은 나도 적게 했으니 좀 더 적극적으로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교류하는데 애써보자.


사실 '엄마 이야기' 외에는 인지가 명확히 되지 않아 답답했다. 글을 쓰면서 에디터의 차이와 소통 문제에 대해 내가 문제 해결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신기했다. 며칠 전부터 있던 압박감이 사라진 것이 느껴진다. 브런치에도 처음에 적응할 때 힘들었다는 게 이제야 떠오른다.


헤드라잇에도 곧 적응되겠지. 

나에게 시간을 주고 하나씩 바꿔보자! 

나오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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