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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Jul 06. 2023

대프리카 예찬

새소리가 들려 하늘을 봤는데 너무 예뻤다.




작년 봄, 대구로 이사 왔다. 원래 살던 곳은 영덕. 강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거세지만 대신 공기가 맑고 4계절이 자연스레 변화하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대구는 영덕의 기후와 너무나도 다른 날씨들을 매일 선보여주었다.


거의 두 달 넘게 이사 후유증을 앓으며 감기와 몸살을 달고 살았기에 날씨가 급변하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더웠다 추웠다 맑았다 흐렸다 하는 날씨에 몸과 마음을 종잡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날씨뿐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해야 해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문제를 찾으려면 외부에 잔뜩 있는 듯 하지만 그것이 전쟁을 일으키는 곳은 내 마음 속인 것을, 작년 겨울쯤 받아들이게 되었다.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자 몸도 기분 좋은 쉼을 얻게 되었다.


한 해가 흘러 다시 봄, 그리고 여름이다. 작년엔 그렇게도 싫던 대구 날씨의 변덕스러움이 더 이상 싫지 않다. 늘 맑았으면 좋겠다는 건 초등학교 다니는 꼬마들이나 하는 소리다. 인생은 사실 그런 게 아니니까. 작년 같으면 매일 계절이 서서히 바뀌지 않는다 성화를 부렸을 텐데 올해는 이상하게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날씨가 반갑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면 어제보다 시원해서 감사하고, 창을 열 수 없을 정도로 아침부터 습한 날씨엔 에어컨을 켜면 금방 개운해진다. 창을 열었더니 유쾌한 새벽공기가 피부에 닿아오고 새소리가 들려 쳐다본 파아란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는 걸 즐기고 있노라면 마치 휴양지에 온 기분이 되기도 한다.


 2월부터 지금까지 학원에 다니고 있어 매일 씻고 준비하는 일이 루틴에 추가되었다. 아침 공기가 매일 다르다는 건 머리를 말릴 때 딱 느껴진다. 오! 오늘은 시원한 아침 바람이 불어 머리가 잘 마를 것 같아. 앗! 오늘 바람은 좀 덥고 수분기가 많군! 어서 창문을 닫자.


대구에 산다고 하면 대프리카여서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살아보기 전에는 대구가 늘 대프리카인 줄 알았다. 작년 여름을 지내봤기에 확실히 여름엔 대프리카가 된다는 걸 체험했다. 하지만 어제처럼 기온은 높은데 건조한 희한한 날씨도 있어 학원 마치고 1시간 넘게 걸을 수도 있는 날도 있다는 건 대구에 살아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가 없는 법.


매일 부는 바람의 속성이 달라진다. 수분의 양과 바람의 세기도 변화한다. 오늘 아침처럼 맑고 상쾌한 바람이 내일도 찾아와 줄 거란 보장이 없기에 딱 지금 내가 만나는 이 대구를 만끽하는 것이 매일 큰 즐거움이다. 이제 곧 대구는 정말 아프리카처럼 더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틈틈이 푸르고 맑은 얼굴을 보여줄 거란 기대가 대구 살이 2년 차인 나에게 생겼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다.


대구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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