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주 Jul 11. 2023

유종의 미는 눈물맛

학원 수료증을 받고 돌아가는 길.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는데 눈물이 픽 하고 흘렀다.




2월부터 지난 주까지 약 5개월 간 학원을 다녔다. 편집출판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포토샵과 일러스트 기초와 중급 과정, 디지털 드로잉 기초와 실습, 인디자인, 컴퓨터그래픽운용기능사 실기, 브랜딩 기획, 포트폴리오 1, 2까지 총 11 강좌를 들었다. 원래 7개월 과정인데 나는 그렇게까지 장기간 뭘 배울 수가 없는 사람이라 최대한 촘촘히 커리큘럼을 짰던 것이다.



하지만 5개월도 너무 길었다. 학원이든 교습소든 2개월이면 싫증이 나버려 3개월째 제대로 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여러 번의 큰 난관이 있었다. 그렇기에 대학 졸업 후 20년 만에 첫 수료라는 점에선 아주 의미있는 과정이었다. 그렇다면 드디어 '길어야 2개월 짜리에서 5개월 짜리'로 성큼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충분한 학습 동기


어떤 직장이든 워드 프로세서나 그래픽 디자인을 조금 할 줄 알면 일이 훨 수월해진다. 그래서 예전부터도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2020년 말부터 브런치를 시작하며서는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그러다 최근 직접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뭐든 가르쳐주는대로 흡수해버리고 싶은 높은 동기가 배움을 즐겁게 느끼게 해줬다.


격려와 지지


수료증을 받은 사진을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엄청난 축하를 해주었다. 단순히 잘 마친 것에 대한 축하가 아니다. 드디어 2개월의 관문을 깨고 마지막 날 학원에 가서 수료증을 받아온 '나'에 대한 응원과 격려인 것이다. 또한 그들은 학원에 다니던 모든 날들을 응원해주었다. 강사가 맘에 들지 않아 투덜댈 때에도, 필요없는 과정 같다며 볼멘 소리를 할 때에도 잘 들어주었다. 그리고 디자인과 관련된 의뢰를 해주면서 나를 신뢰하고 있음을 마음껏 표현해주었다.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수료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이 있다


악기를 배우거나 운동을 시작할 때, 영어 학원에 다닐 때에도 목표없이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정말 하고 싶은 어떤 것이 있다면 좋을텐데 그런 것이 없었다. 마지막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어떤 지점이 있다는 것인데 그런 것이 없으니 초반에는 호기심으로 몇 번 해보지만 그게 사그라들면 재미가 없어져 오래 지속할 수가 없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딱 2개월이었다. 하지만 수료일이 정해져 있었기에 조금만 참자, 오늘만 가자 하면서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여러 가지를 동시다발적으로


출판을 하고 싶어서 인디자인만 배우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면서 학원에 갔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어야 인디자인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라는 설명에 전체 커리큘럼을 다 들어보기로 했다. 포토샵, 일러스트, 인디자인 외에도 디지털 드로잉, 브랜딩 기획 등을 배우면서 디자인이 무엇인지, 그래픽 프로그램들의 다른 점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또한 과목이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였기 때문에 호기심을 자주 가지며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글쓰기


학원 등록 후 얼마 안 되어 원씽클럽을 시작했다. 매일의 기록에 학원에서 겪은 일을 상세히 남겼다. 그것을 돌아보니 2개월 만에 그만두는 습성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새로운 과정이 시작될 때, 강사가 바뀔 때, 강의 내용이 커리큘럼 전체 목표와 상반된다고 느낄 때, 강의 스타일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나는 꽤나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회고를 하는 이유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찾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작은 원씽을 오늘 해내는 것이다. 세상에 좋은 생각을 펼치는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위해 글을 쓰고 나를 돌보며 매일매일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중도에 포기하는 것이

항상 나쁘진 않다.

누구에게든 언제든 무슨 일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가끔은

유종의 미를 맛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엄청 뿌듯하고 만족스럽고

또한 보람있고 감동적인

눈물맛이라서.

매거진의 이전글 대프리카 예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