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주 Jul 20. 2023

교사권리헌장

교사권리헌장


모든 교사는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또한 생명을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교육활동을 수립, 운영할 수 있는 고유한 권리가 있다. 학부모와 지역 사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배움을 최우선으로 이룩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교사의 권리를 확인하고 실현할 책임이 있다.
 
 1. 교사는 생명을 존중받아야 하며 학부모와 제자들의 배려를 받을 권리가 있다.
 2. 교사는 모든 형태의 학대와 방임, 폭력과 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3. 교사는 출신, 성별, 언어, 인종, 종교, 사회·경제적 배경, 학력, 연령, 장애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4. 교사는 개인적인 생활이 부당하게 공개되지 않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5. 교사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 인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6. 교사는 제자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할 권리가 있고 각자의 방식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7. 교사는 자유롭게 상상하고 도전하며 창의적으로 자신의 능력과 소질에 따라 교육할 권리가 있다.
 8. 교사는 방학 외의 기간에도 휴식과 여가를 누리며 다양한 놀이와 오락, 문화·예술 활동에 자유롭고 즐겁게 참여할 권리가 있다.
 9. 교사는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감정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이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전직 초등교사였다 소개하면 한결 같이 물으십니다.

"왜 그만두셨나요? 그 좋은 직장을?"

너무나 할 말이 많으면 한 마디도 안 나오는 걸까요? '너무 힘들어서요.'라는 말로 도망가곤 합니다.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한 교사가 있습니다. 한창 자신의 꿈을 꽃피울 나이에 살 용기 대신 다른 것을 선택하던 자리에서 그는 얼마나 외로웠고 슬펐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사실은 사흘에 한 명씩 교사가 죽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이슈화되지 않은 곳에서도 외롭게 홀로 세상을 마감하시는 교사들이 정말 많습니다.


오늘, 진지하게 다시 한번 왜 그만두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왜 나는 교직을 떠났는가?"


첫째, 인권이 없는 자리엔 배움도 없기 때문입니다. 체벌금지는 교사인권을 무너뜨렸고 동시에 교실도 붕괴시켰습니다. 학생들을 사랑하지 않고 가하는 체벌은 대부분의 교사들도 절대 반대입니다. 혹시 모를 체벌을 막기 위해 교사들에게서 매를 빼앗은 것은 '그 누구도 배움을 얻지 못하는 공간'으로 학교를 몰락시키고 말았습니다.


둘째, 업무나 스트레스의 강도가 심화되는 데 비해 처우는 그리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충분한 대가가 지불된다면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 선생님이 되었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학부모님들과 따뜻한 교육적 만남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보급과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는 아이들을 다른 종족으로 바꿔버렸습니다. 컴퓨터 게임 중독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파생된 사건들이 수백 배 많이 발생하고 또한 질도 나쁘다는 사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충분한 대가란 어느 정도일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저는 딱 지금 받는 것의 두 배정도라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공립초 교사는 공무원 신분이기에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제 바람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셋째, 학교는 교사보다 의사가 필요한 곳이 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실망은 저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제게서 우울증이 발현되기 시작한 때는 바로 제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자각을 한 때부터였습니다. 열심히 공부했고 최선을 다해 일해왔지만 매해 아이들은 공부보다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변해갔습니다. 교사로서 제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지한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수업 시간마다 울었고 방과 후엔 바닥에 누워있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요.


그래서 오늘은 교사였던 제 자신과 지금도 학교에서 자리를 지키시는 선생님들을 위해 교사권리헌장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원작은 '아동권리헌장'입니다. 어쩌다 이 나라는 아동보다 교사의 권리가 더 없는 나라가 되고 말았을까요? 교사가 아닌 국민이 갖는 권리를 왜 교사들은 가질 수 없는 걸까요? 왜 그런 교사들이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다들 착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동권리헌장'을 '교사권리헌장'으로 수정하고 읽어보면서 혼자 흐느꼈습니다. 비록 제 꿈이 교사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자라나는 제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싶었던 소망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사 권리는 교사들 외에 관심없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우리나라의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늘 교직이 힘든 것임을 공감받고 싶었지만, 교직으로 인한 질병이나 우울증, 이렇게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통해 알려질 때에나 잠깐 비치고 마는 것임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학교란 곳이 학생, 학부모, 교사 그리고 동료교사들이 좋은 관계를 맺으며 바람직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 되어가길 간절히 간절히 바라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가 와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